원래 작성하려던 글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일어나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는 기사들을 보았기에.
기사 내용은 전날인 1일 광주 코로나19 확진자가 22명이 늘었다는 둥 특별할 것이 없었다.
문제는 댓글이었다. 정말이지 악독해 딱밤을 때리고 싶은 댓글들이 펼쳐졌다.
몇 개만 추려본다. "광주 코로나 유공자 생기는 거냐" "그동안 경상도 욕먹을때 니들도 똑같이 쪼개면서 좋아했지?" "대구 확진 퍼질때 솔직히 광주가 좀 얄미웠다"
忍.忍.忍.
그러나 "대구 사람 치료 받는다고 광주 젊은 아줌마들이 내새끼 감염된다고 광주시장에 항의하는거 보고 정말 싫더라. 마음 좋은 척하지만 전라도는 배신의 상징이다. 안당해본 사람들은 모른다"는 댓글에 이르러서는 고통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난 가운데서 같은 국민에게 총쏘려는 사람들이 왜이리 많나.
혹시나 싶어서 광주시에 확인까지 했다. 대구 환자 치료 중 제기된 민원이나 항의가 있는지. 있을 턱이 있나.
그놈의 지역감정을 그냥 넘어가지 못한 건 그간 무심한 대구 모습을 봐 와서다.
광주는 대구에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하자 병상을 내어줬다. 치료가 완치돼 돌아갈 때는 광주 김치와 홍삼도 선물하며 건강을 기원했다. 오월 어머니들은 주먹밥 도시락을 대구로 보냈다. "주먹밥 먹고 진짜 대구 사람들이 앞으로 광주 좋아했으면 좋겠다"던 오월 어머니가 아직 선하다.
왜겠는가. 대구 일부 인사들의 여전한 광주 타령, 전라도 타령 때문이다. TK가 씨가 말랐다며 이 정부가 지역주의 정치를 펼친다고 한다.
대구가 못 사는건 다 광주, 전라도 탓이다. 광주 민관이 갖은 고초 끝에 성사시킨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정권의 TK갈라치기 덕분이라고 한다.
어제 대구 한 일간지에 실린 도태우 변호사의 '5·18 신화를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글은 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대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도 변호사는 모든 국가 사회기관을 접수한 운동권 세대가 역사왜곡금지법, 5·18왜곡처벌법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5·18이 가진 양면성의 증거로 좌익 사상범 2천700명을 수감 중인 광주 교도소를 며칠간 무장 공격을 들며 자유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는 요소를 동시에 가진다고 했다.
또 반란수괴 전두환에 대해 무기징역을 확정한 1997년 대법원 판결도 광주교도소 습격을 인정한다고 했다.
분명 1997년 판결은 광주교도소 사건을 군의 정당방위라고 했다. 허나 이는 사건의 진상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기소 내용만을 두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새로운 진상은 수없이 드러나고 있다. 담양과 광주를 오가던 시민들을 향해 사격을 했고, 그래서 도로에서 숨졌다는 기록들이 나오고 있다.
아예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는 교도소 습격에 참가할 수도 없는 사람에게 뒤집어 씌운 사실도 드러났다.
광주지법에서는 그래서 전두환 회고록에서 광주교도소 습격을 거짓이라며 삭제하도록 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면 1997년 재판이 진상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5·18 왜곡처벌법이 성역화라고 비판하기 전에 부디 2013년 희생자의 관을 가리켜 '홍어택배'라고 조롱한 대구 일베 회원같은 이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물론 좋은 글도 기사도 많이 본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구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에 잘살다 이제는 자존심만 남은 옹고집 친구를 보는 듯 하다. 그렇기에 호소한다. 광주와 대구는 서울·경기 공화국을 극복하고 지방발전을 함께 이끌어야 할 양 축 아닌가.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번에는 광주에 병상을 제안했다. 다행이다. 부디 정치적 제스쳐에서 끝내지 말고 서로에 대한 미움과 질투를 걷어내자. 적어도 서로를 기만하지 말고 서로의 무엇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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