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만 29개월 된 세 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미디어노출을 극도로 미루다 두 돌 무렵부터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결국 승복해 TV주도권을 아들에 빼앗겼다. 일명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로 애니메이션에 발을 들인 아이는 점차 시야를 넓혀 최근에는 '로보카 폴리' '출동! 슈퍼윙스' '타요' 등을 요구한다.
요즘 아이들의 '최애' 애니메이션이기도 한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모두 '한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기자만 하더라도 일본산 혹은 미국산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에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은 일본이나 미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자가,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전부가 한국에서 제작된 것임을 발견했을 땐 놀랍고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출동! 슈퍼윙스'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2018년 광주지사를 설립하고 올해 초엔 현지 법인을 설립한 개발사의 애니메이션으로 다음 시즌인 시즌 5는 광주에서 제작이 이뤄질 예정이다.
EBS와 KBS에서 방영된 '브레드 이발소' '쥬라기캅스' '강철소방대 파이어로보' 또한 어린이들의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들 또한 '광주산' 애니메이션이다. 기자가 '광주산' 애니메이션에 자꾸 놀라고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는 바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산업의 중요성에서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기초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감콘텐츠, 영화 특수효과, 게임,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기초 인력을 키우고 기술을 축적케 하는 동력이다. 다른 콘텐츠 산업의 발전으로도 연결된다.
최근에는 광주에 적을 두고 있는 개발사의 감독들이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제작비 등을 유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지역 인력들의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고 지역 인재 채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쯤에서 이같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갑자기 왜, 광주산 애니메이션이 잘 나가는가. 그 바탕에는 광주시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적절한 양성 프로그램, 지원 사업, 피드백, 우수 개발사 유치 등이 자리한다. 올해 또한 광주에 적을 둔 개발사 세 곳의 TV시리즈와 극장판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같은 지원 아래 수도권 다음으로 애니메이션 산업 인구가 많다는 광주가, 애니메이션에 특화한 선도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전문인력은 물론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싶은 이들까지 '애니메이션을 하려면 광주로 가야 한다'고 여긴다면, 멀리 내다봤을 때 인구유입과 경제효과까지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김혜진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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