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적용될까. 필자는 문화에도 이 말을 적용하고 싶다. 모두가 그렇게 느낄 것이다. 전시이든 공연이든 직접 보지 않으면 아무리 대단한 작품이어도 '그저그런' 작품이 된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 1년여 동안 그런 기분을 느꼈다. 음악·미술 장르 불문, 전통·현대 시대 불문이다. 지난해 봄, 선배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찾았던 광주국악상설공연에서는 신명과 흥에 완전히 푹 빠져들었다.
평소 '국악'무대 하면 궁중제례악과 같은 기악 무대만을 떠올렸는데 완전히 예상을 깨는 무대였다. 그날 공연은 지역의 국악 단체인 창작국악단 도드리가 꾸몄는데 기존의 국악가요나 기악곡, 창작 관현악곡 등 국악의 색다른 매력으로 한 시간을 가득 채웠다. 이들의 무대를 보고 국악기 태평소에 푹 빠져 이후 창작국악곡들을 찾아 들어봤을 정도다.
여름에는 광주문화예술회관 '11시 음악산책'에서 그같은 기분을 다시 한번 느꼈다. 클래식 음악을 '따분하다' 생각했던 터였는데, 곡에 대한 해설을 연주자, 진행자와 나누며 연주를 듣는 형식의 무대가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즐겁게 만들었다.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은 후 감상하는 유명 연주자의 유려한 연주. 연주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연주를 듣는 내내 작품을 이해하는 이야깃거리가 되고 혼자서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더위가 조금씩 가실 무렵 관람한 광주시립미술관의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전도 마찬가지다.
현대미술을 어렵게 느꼈던 지라, 또 많은 오월전을 통해 비슷한 맥락의 전시를 계속해서 봤던 터라 기대감은 없었다. 그러나 작품을 보고 듣고 체험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미술 작품으로부터 처음으로 '위로'를 받았다.
관람 전 들었던 '고발보다는 마음을 울리는 전시로 준비했다'는 미술관장의 말이 광주사람으로서 새삼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겨울에 찾았던 시립미술관의 '수묵신작로' 또한 전시 기사를 통해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화의 태동과 그 이후 다양한 갈래로 발전한 한국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시였는데, 누구나 '수묵화'하면 떠올리는 수묵산수화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고 한국화에 호기심까지 생기게 하는 전시였다.
지금 이 칼럼을 보는 독자들도 글로만 봐서는 필자가 공연·미술 작품을 보고 느낀 경이로운 감정을 다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도 아쉽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시나 공연 등이 온라인화하면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즐거움을 미처 다 전달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한 작품을 위해 적게는 몇개월을 길게는 1년 이상을 준비했는데 오죽할까.
봄과 함께 지역 문화예술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며 조심스레 한 해를 시작하는 문화예술계. 이번 주말, 봄 나들이로 미술관이나 공연장 산책은 어떨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문화예술 작품이 주는 현장의 감동과 경이로움을 느껴보길. 김혜진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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