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을 떠올려보면 주변 또래들은 저마다 꿈을 가지고 있었다. 꿈의 크기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꿈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고 꿈에 대해 칭찬받는 것이 기뻤다. 꿈이 없는 녀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자기 꿈을 찾는 것이 어릴적 사명처럼 여겼던 것 같다.
꿈이 크다고 해서 큰 사람은 아니었다. 또 꿈이 작다고 해서 작은 사람도 아니었다. 자신의 꿈에 행복감을 느끼고 거기에 맞는 계획을 착실히 실현해 가는 사람이 진짜였다. 그래서일까. 행복한 자세로 꿈을 좇으면 미래는 행복할 거라는 확신도 생겼다.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이다.
그러나 요즘은 꿈을 언급하기가 참 쉽지 않다. 학생들에게 '마음껏 꿈을 꿔라'고 힘을 실어주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꿈은 사치'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적으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에 발을 내딛은 청년들만 봐도 그렇다. 많은 MZ세대는 절망감에 빠져있다. MZ세대는 1980년초~2000년대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20~30대 청년들이다. 코로나 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한다. 끝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 한껏 높아진 취업 장벽들로 소소한 꿈도 이루지 못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연애는 물론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넘쳐나고 있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혼인건수는 21만3천513건이다. 이는 2019년 23만9천159건보다 10.7% 감소한 수치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취업률은 최근 소폭 회복했지만 아직 멀었다. 취업 준비생은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85만명을 넘어섰다. 이것은 지난 2006년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풍요로움에서 소외돼 오히려 박탈감을 느낀다. 터무니없는 현실 앞에 꿈의 성취보다 포기를 먼저 배우게 된 이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낮다. 열심히 살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일부는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프리터족, 욜로족, 파이어족 등의 형태로 삶의 방향을 정한다.
이를 두고 기성세대들은 "요즘 것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충성심이 부족하다" "소속감이 떨어진다"고 속단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지만 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다.
어쩌면 MZ세대들도 개인주의를 원하지 않았을 수 있다. 80~90년대처럼 한 조직에만 충성해도 먹고 살만한 시대였다면 태도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들의 반응과 결정은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일 가능성도 있다.
광주·전남의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월급을 준다. 그러면서도 기업문화와 복지 등을 개선하지 않고 요구만 늘어난 곳이 많다. MZ세대들은 지친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이거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허무한 감정은 더욱 크게 밀려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빚은 늘어나고, '계층간 사다리'는 무너지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울분을 삼킨다.
MZ세대는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 쓰러지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를 원한다. 그때까지 생존싸움을 해야 하는 MZ세대는 고독하다. 한경국 신문제작국 차장대우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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