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아니 노태우가 숨을 거뒀다. 12·12 사태 쿠데타에 참여해 육사 11기 동기인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의 정권 장악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한국 정치사에 등장한 그는 5·18 유혈진압에 앞장서며 무고한 학살의 가해자였음에도 1987년 직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는 윤석열의 망언 논란이 채 식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부고 소식은 지역민들을 꽤나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5·18은 무엇일까. 광주는, 민주화운동은 어떤 의미일까.
얼마 전 무등일보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중 하나인 '518명에게 듣는 5·18 미래' 인터뷰를 진행하며 '오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와 만난 적이 있다.
'만물이 소생해서 활기를 찾는 5월의 계절처럼 싱그럽게 살라'는 부모님의 선물로 갖게 된 이름이지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고나서부터는 '오월이라는 단어가 누구(유공자와 유가족 등)에게는 아픈 단어 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아프다고 했다.
광주에게 오월은 시리다. 환희와 희망의 계절이지만 우리에게는 지난 41년간 잃어버린 계절이나 마찬가지였다.
5·18, 41년이 지난 지금도 왜 아파야 할까, 민주와 인권과 평화의 오월정신은 왜 온전히 계승되지 못하는 것일까.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래서 야당의 대표 주자가 되겠다는 이 마저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5·18의 학살 원흉 전두환을 미화하고, '사죄'라는 단어를 붙이기 아까울 정도의 입장 표명에, 내 입에서 욕을 내뱉기도 아까운 '인도사과' 파문까지 연이어 저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무지하고 저급한 역사인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도 매우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논란의 윤석열은 최종 당내 경선을 앞둔 11월 3~4일 광주 방문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오겠다는 걸까.
혹자는 '일부러 계란을 맞으러 가는 것 아닌가'라는 노골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명백한 지역 갈라치기를 한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격렬한 항의와 물리적 충돌을 야기시켜 이른바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윤석열의 파렴치한 워딩을 두고 5·18단체는 물론 광주·전남 곳곳에서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어쩌면 꽤나 그럴사한 노림수가 될수 도 있을 것이다.
그간 정치사에 유사한 사건이 없었던 것도 아니니 말이다.
"논란이 과하게 부풀러지고 있다. (물리적 충돌을 의도하는 것은)민주당의 프레임이고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사과할 예정이다"라는 국민의힘 관계자, 더 구체적으로는 윤석열측 관계자의 입장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건 비단 기자 뿐일까. 5·18은, 광주는 조용히 살고 싶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부 차장
- [무등의시각] 흔들리는 대통령, 흔들리는 지역현안 호남은 또 정치 클리쉐에 당한걸까.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표 광주 약속은 물론 균형발전 약속 어느 것 하나 전진에 방향타가 맞춰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12.72%'. 광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보수진영 대통령 탄생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 주었건만 불과 반년 만에 '그럼 그렇지' 볼멘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얼마 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긴축에 초점을 맞춘 재정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지역화폐, 임대주택, 쌀값 등 소득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을 고려한 조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야당이 '정부의 나라빚 걱정을 오롯이 시민들에게 떠넘긴 약자 실종 불공정 예산', '참으로 비정한 예산'이라는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물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광주는 2년 연속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거 포함된 덕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의, 집권 여당의 호남 챙기기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까? 답은 '아니오'로 기운다.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 경제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타 지역에서는 구현해내지 못한 무형의 아이디어를 대거 유형의 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의 작전이 먹혀 들어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차원의 지역 현안 사업 국비 반영 노력이 아닌 광주시의 '개인기'가 더해진 결과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우리 지역에 약속했던 공약 이행도 낙제점이다.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도체나 인공지능, 미래차 육성 분야는 일부 포함됐지만, 공약 사업인 달빛고속철도와 서남권원자력의료원 등은 누락됐다. 대통령의 약속이 관계부처의 반대(구체적인 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되지만)에 발목이 잡혀버린 우스운 상황만 연출됐다.국민의힘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 개최했던 예산협의회에서 약속한 사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전남대학교병원 신규 건립과 관련해 "예산 당국에 부탁을 해서 1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와 전남대병원 새병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고 공식화 한 것이다.하지만 결과는 대상 자격 미달. 용도변경을 완료하지 않은 병원 측의 미숙한 행정 때문이라고만 몰아세우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잖다. 앞서 전북, 경북 등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전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경우가 있었고, 이번 예타 대상 포함 사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정책도 '말뿐인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반도체 학과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중심 정책 강화, 국정 과제에 포함된 기업의 지방이전 공약과 투자 촉진도 반대로 가고 있다.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도 '尹표' 지역혁안 정책 표류 우려감을 키운다.취임 불가 80일 만에 20%대까지 추락했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까지도 30%대 초반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지율 지진에서 버팀목이 되어 줄 여당마저 불협화음, 갈라치기 등으로 내홍 중인데다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국정을 온전히 주도 할 윤 대통령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 지, 언제고 볼 수 는 있을런지 의문 부호가 달린다.겨우 5년이다. 대통령의 정책 집행을 위한 씨앗을 심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석이 제대로 쌓이지 못하면 '지역맞춤형 성과내기'도 난망에 그칠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가 허울뿐인 약속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주현정 무등일보 취재1본부 정치행정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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