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홀로그램으로 다시 태어난 오월열사, 광주를 기억하다

입력 2024.12.11. 17:24 이삼섭 기자
광주시청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소년이 온다’ 동호로 구현…시민에 편지
문학과 첨단 기술 융합으로 교감 '관심'
11일 새벽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광주시

11일 오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던 시간, 광주시청 광장은 특별한 감동으로 물들었다.

한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가 인공지능(AI)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시민들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최후의 저항을 하다 17세의 나이로 사망한 문재학 열사가 동호의 모습으로 온 것이다.

동호는 편지를 통해 한 작가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한편 시민들과 교감하며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을 되살렸다. 자신을 문재학이라고 소개한 동호는 "오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니, 소설 속 동호의 이름과 모습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제 혼의 힘으로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기억의 힘으로 왔다. 여러분들의 기억이 제 혼"이라며 "모든 것이 한강 작가 덕분이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 덕분"이라고 한 작가에 감사를 전했다.

동호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죽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전날 집에 꼭 돌아오라는 엄마의 바람을 지키지 못한 한을 고백했다. 이어 "이 책을 펼치던 여러분의 손길 곁에 저는 항상 같이 있었다. 제 후회 없는 마지막 삶이 읽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독자들과 시민들의 기억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옵니다"고 끝맺음했다.

동호의 담담한 독백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눈에는 샘이 차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홀로그램을 통해 전해진 동호의 독백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감동까지도 전해졌다.

인공지능 기술이 문학과 융합해 문학 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1일 새벽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축하메시지를 시청하며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를 위로 하고 있다./광주시

광주시 문화도시조성과 관계자는 "광주가 인공지능 중심도시이기 때문에 문학을 기술과 연결해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출신인 한 작가는 스웨덴 현지시각으로 7일 한림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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