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안 된다" 감사원 지적에 광주시 소극적
노총 "대안 없이 검토만 되풀이…약속 지켜야"
"과거 특혜가 관행으로 지속…자립해야" 지적
"법 위반 아냐…약속 지켜야" 시, 적극 대응 주문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하남근로자복지관’ 사무실 이전 좌초 문제가 ‘특혜성’ 문제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지자체가 혈세를 들여 ‘거대 노조’에 사무실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광주시가 약속한 내용으로 지원이 당연하다고 맞선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가 양대 노총에 근로자복지관을 위탁 운영하는 식으로 사실상 임대료를 편법으로 지원하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13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지난 2003년부터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민간 사무실 임차에 보증과 임차료를 지원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감사원이 ‘임차비 지원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부적정 통보함에 따라 광주시는 현금성 지원 대신 하남근로자종합복지관 지하 1층을 리모델링한 뒤 3층 시설을 이곳으로 옮기고, 대신 3층을 민주노총 사무실로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남근로자복지관 위탁 운영 업체인 하남산단관리공단이 반대하면서 입주가 무산됐다. 광주시는 대체 건물을 물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 소유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해주는 것 또한 현금성에 가까운 일종의 편법 지원으로 여겨질 수 있어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감사원이 재차 제동을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의 무소신·무의지·무능력 행정을 강력 규탄한다"며 광주시가 적극 나서 하남근로자복지관 입주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을 강하게 표출했다. 그러면서 "조합비만으로는 새 사무실 운영과 교육, 복지 사업예산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토로했다.
민주노총의 호소에도 근본적으로 거대노조에 세금을 들여 사무실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노동자의 권익이 약했을 당시 열악한 노조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했던 일종의 '특혜'가 현재도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지역 경제계 단체 한 임원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나 초창기에 태동한 뒤 자리를 잡기 전에는 열악한 상황이었기에 어느 정도 활동 지원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도입 당시 민주당 정권이 노동조합 단체에 우호적인 것도 정치적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러나 노조가 크게 성장해 노조원도 많아졌기 때문에 스스로가 지자체에 의탁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독립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2023년 말 기준 조합원이 4만4천617명에 이른다. 정확한 조합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민주노총 조합비는 실수령액(기본급 기준) 기준으로 1~2%다. 각 지부, 산업별 노동조합, 상급 조합 등으로 분산됨에도 사무실 운영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측은 광주시가 먼저 사무실을 마련해주겠다고 밝힌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애초에 하남근로복지관 입주도 우리가 요구한 게 아니라, 광주시가 먼저 장소를 물색해 제시한 것"이라며 "지금 아무런 대안도 없이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무실 지원 부적정 통보에 대한) 감사원 지적 사항이 문제라면 저희만 그렇게 할 게 아니라, 한국노총 광주본부나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예 기간을 두고 근로복지관 위탁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지자체들이 '근로자복지관 위탁'을 명목으로 양대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에 사무실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2013년부터 광주시 소유 임동 근로자종합복지관을 위탁 운영 중이다. 민주노총도 하남근로자복지관 위탁 운영을 바라고 있다. 이는 하남산단관리공단과 하남 소재 입주기업들이 민주노총의 하남근로자복지관 입주를 반대한 이유로도 해석된다.
다만, 사실상 지자체들이 양대노총에 근로자복지관을 독점적으로 위탁을 맡기며 편법으로 사무실을 지원해 주고 있다는 점은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은지 광주시의회 새로운노동특별위원장은 "대부분 광역지자체가 사무실 운영비를 주면 안 되게끔 법에는 돼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노동자 교육 등과 같은 목적으로 근로자복지관 위탁 등을 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사무실 제공은 노조와 협의한다면 꼭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광주시와 민주노총이 사무실 지원에 대해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 "상황이 어떻게 변했든 광주시가 애초 약속했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고, 대안을 같이 찾아나가며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광주시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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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주·사업자 특혜? 공공성 빠진 규제 완화 '논란' 광주 금남로 전경.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광주시의회가 12일 통과시킨 중심상업지구 주거용 용적률 규제 완화가 자칫 일부 사업자와 토지주의 이익만 높여줄 수 있어 논란이다.침체된 중심상업지구의 사업성을 높여 활력을 높이고 직·주·락 추세에도 부응하지만, 중심상업지구에 한정해 주거용 용적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특혜 소지가 다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전문가들은 중심상업지역 내 주거용 용적률을 올려주는 문제는 '공익'에 초점을 맞춰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용적률을 올리는 만큼 이익 환수와 공원·공개공지 등 공공기여를 담보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광주시의회가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은 상업지역 내 주거용도(주거복합건물 주거용, 준주택, 생활숙박시설) 용적률을 540%로 변경하는 게 골자다. 400%인 현재 용적률보다 무려 140% 증가한 수치다. 기존에는 연면적 1만평을 건축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1만3천500평을 지을 수 있다.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도심 내 주거가 많아지면 주거·상업 복합 개발이 활발해지고, 거주·유동 인구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도심 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광주에서 중심상업지구는 '도심 삼각 축'으로 불리는 충장로·금남로와 상무지구(치평동), 첨단산단(쌍암동)이 해당된다. 세 곳 모두 '주거복합건물' 위주의 재개발이 활발했지만 최근 건축비 폭등에 부동산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하지만 광주시의회가 급작스럽게 용적률을 크게 높여준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광주시는 중심상업지구의 급속한 주거지화에 따른 중심상업 기능 악화는 물론 주거 여건 악화, 교통 혼잡, 도시 경관 훼손 등을 우려했다.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공공(지자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광주시는 지역 공공주택의 미분양이 급증하는 상황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사업성이 좋은 중심상업지에서 대규모 주택이 공급될 경우 그 외 지역의 주택 분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뿐더러, 사업성이 떨어지는 주거지역의 '공동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무엇보다 용적률을 크게 높여주면 개발업자와 특정 계층(토지주 등)에 막대한 이익이 고스란히 돌아간다. 용적률은 토지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토지주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사업자는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그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나 공공기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충분한 숙의가 필요함에도 의회가 급작스럽게 통과시킨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광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 과정과 의견수렴을 거쳐,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과연 도심 공동화를 해소할 수 있을지, 또는 오히려 특정 개발 유형을 위축시킬 위험은 없는지에 대한 도시계획, 건축, 사회환경 전문가 등의 검토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하며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강기정 시장도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일정 기한을 두고 시의회, 집행부 담당자, 전문가들이 TF를 만들고 조금 더 숙의해보자고 했음에도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광주시와 의회가 얼마든지 대화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당 사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갖자고 요청했다.단순하게 용적률 증감 문제만 따질 게 아니라 용적률 완화에 따른 이익에 대한 공공 환원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는 "중심상업지역의 토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증가한 면적에 대해 공개 공지나 쾌적한 보행 환경 등 공적 이익에 부합하는 공공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광주시와 의회가 전문가들과 실질적인 시뮬레이션을 하고, 심의 과정에서 공적 역할이 반영되게끔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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