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경선' 속 후보 간 고소·고발 이어져
오는 7월 통합특별시 출범 앞두고 '불씨' 산재
박병규 "협력과 조율로 지역 이익 만들어야"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경선이 민형배 국회의원의 승리로 일단락됨에 따라 고소고발과 감정의 앙금 등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와 전남 광역단체간 통합으로 입지자들이 난립하고 이합집산 여파로, 사분오열은 물론 후보들 간 적잖은 갈등을 겪은 탓이다. 오는 7월 1일 출범하는 통합특별시라는 전례 없는 길을 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민심과 정치권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정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광주·전남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통합특별시장 경선은 역대 어느 때보다 과열 양상을 띠었다. 지난 1월 2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행정통합 선언 직후, 2월 말 통합특별법 통과까지 행정통합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실질적인 경선은 한달여 남짓에 불과했다. 이에 더해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를 각각 준비하던 후보들이 모두 통합특별시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경선 후보만 8명에 달했다. 한 명의 승자가 되기 위한 후보 간 ‘벼랑 끝’ 싸움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민주당은 기름을 부었다. 광주와 전남 통합으로, 처음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편의성만을 앞세워 공천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시민배심원제’를 거부한 채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고집하면서다. 이는 후보들이 촉박한 일정 속에서 ‘깜깜이 경선’에 맞춰 정책과 비전보다는 상대 후보를 향한 도덕성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에 치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 시장은 민 의원의 측근 비위 사건을 언급하며 도덕성 문제를 지적했다. 신정훈 국회의원은 김영록 전남지사의 서울 주택 보유 문제를 겨냥하기도 했다. 후보 간의 갈등은 법적 대응으로 번졌다. 강 시장 측은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민 의원 측이 ‘역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고발장을 냈다.
후보들 간 합종연횡에 따른 지역 정치권의 분열과 감정의 골도 심각한 수준이다. 8명의 후보가 한 명의 후보로 좁혀지기까지 후보들은 이합집산과 연대를 거듭했다. 결선 투표 과정에선 김 지사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에 대부분의 후보가 합류했다. 광주 5개 구청장도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승부의 추가 기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민 후보가 “기득권 이익 동맹·배신동맹”으로 강도 높은 공세를 펼친 배경이다. “한바탕 잔치가 끝난 자리에 치워야 할 쓰레기(갈등)만 가득 쌓인 형국”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문제는 광주와 전남이 통합하는 유례없는 시점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이 사분오열돼 있다는 데 있다. 설상가상, 광주와 전남,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 등 각 지역 간 대결구도가 형성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오는 7월 통합특별시 출범 후에도 경선 갈등 여진이 계속될 경우 안정적인 통합은커녕 반목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다.
민 후보에겐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또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간에 형성된 적대적 기류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민 의원은 지난 14일 결선투표 직후 소감문을 통해 “전남광주 대도약을 위해 모두와 손 맞잡고 함께 걷고 싶다. 더 크게 통합하고, 더 깊게 연대하겠다”고 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갈등을 넘어선 통합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구청장과 시장의 관계는 갈등을 통해 선명성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다”며 “두 기관이 충돌하면 결국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협력과 조율 속에서 지역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노선 차이가 구청장과 시장 간 갈등으로 번지면 안 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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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담보 없는 20조원은 신기루"··· 인허가 권한 없이는 ‘무늬만 특별시’
윤호중(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월 2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서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준비 합동 워크숍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7월 공식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재정 주권과 자치 분권 확보 등을 위해 여전히 미흡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꼽히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 지원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의 기조에 따라 흔들릴 위험이 큰데다 지역의 자생력을 키울 핵심 인허가권은 중앙부처의 문턱을 넘지 못해 ‘무늬만 특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17일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둔 현재 가장 큰 난제는 정부가 약속한 ‘4년간 20조 원’의 재정 인센티브가 법적으로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는 6월 중순께 국무총리실 산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 재정지원 TF’는 지원 방식을 확정한다. 앞서 김 총리가 밝힌 대로 재정지원 TF가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해 ‘통합특별교부세’를 만들거나 균형발전특별회계 내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계정’을 신설할 경우 법적 근거는 해소될 수 있다. 문제는 국비 지원 예산 처럼 정부가 재정 지원금에 일명 ‘꼬리표(사용처)’를 달고 지원하는 경우다. 정부의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재정 지원 규모는 고무줄처럼 변할 수 있다. 정부가 기존 국비 사업이나 추후 편성할 사업을 재정 지원금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실제 지원되는 통합 인센티브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최근 정부가 추경 예산에서 광주·전남통합지원금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불을 지폈다. 당초 광주시와 전남도는 시·도 행정통합에 필수적인 행정 시스템 통합과 공공시설물 정비 등 예산 573억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애초 추경안에 편성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결국 동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가 약속한 20조원 재정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정부가 예산을 최대한 아끼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겠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대전역 앞에 게시된 행정통합 준비 예산 삭감 비판 현수막. 광주 시민사회단체 자치분권 행정통합 및 시민주권 정치개혁 촉구 광주전남시민사회 대응팀 제공.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자치분권 행정통합 및 시민주권 정치개혁 촉구 광주전남시민사회 대응팀은 “정치권이 위로부터 밀어붙인 행정통합에 광주전남 시도민이 힘을 모았던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의 인센티브 약속을 신뢰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강조했던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말을 믿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 믿음은 출발점에서부터 배신당했다”며 “정부는 마중물 예산 573억원을 즉각 지원하고, 20조원의 꼬리표 없는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통합 재정 지원금에 더해 국세의 지방세 이양도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통합특별시 출범 후 재정자립도는 27.3% 수준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서는 급증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통합특별시가 실질적인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 약 7대 3에 불과한 국세와 지방세의 비대칭적 비율을 파격적으로 조정하는 재정 권한 이양이 필수적이다.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등 핵심 국세 세목을 지방세로 과감히 전환해야만 지자체가 스스로 가용할 수 있는 재원 규모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거다. 무엇보다 통합특별시가 중앙의 재량권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 특화 산업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재정 주권’을 확립할 수 있다.그러나 지난 2월 특별법 입법 당시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재정 분권에 대한 특례가 모두 빠졌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추후 특별시 출범 후 재정 분권을 위한 개정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전국적인 조세 체계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가시밭길’이 될 것임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알맹이가 빠진 ‘행정 특례’도 논란이다. 전기사업 인허가권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집적단지 전력 차등 요금제, 국가산업단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규모 관광단지 지정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권한들은 정부 입법 과정에서 중앙부처의 힘에 밀려 대거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현재 상태로 출범할 경우 통합특별시장은 거대 조직을 이끌면서도 정작 지역의 미래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 하나를 추진할 때마다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중앙부처의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전문가들은 재정 주권과 권한 이양을 주문한다. 백승주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재정을 어떻게 받을지에 대한 문제에도 집중해야 하지만, 그에 못잖게 중요한 것은 재원을 가져다가 통합특별시에서 원하는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각종 인허가나 규제 완화를 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해석된 현재의 구조로는 통합특별시의 위상에 걸맞은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명실상부한 지방 정부로서 충분한 행정 권한, 규제 완화 권한 등을 넘겨 받아야 하고, 특히 지방세 확충 등을 통해서 자체 재원 확보와 재정 운용의 자율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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