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전면도입 목소리 ↑···지자체 ‘재정 부담’ 골머리

입력 2026.09.29. 10:02 홍승현 기자
정부, 대상 확대·매칭비 상향 계획
전남 일선 군, 공모 대응 착수
재정자립도 열악…지방비 부담
필수·미래 예산 다이어트 우려도
[전남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전남광주 농어촌 이장들이 지난 21일 전남광주특별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촌 기본소득 전면 실시와 국비 분담액 80%로 상향을 촉구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남광주지역 군 단위 지자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주민 호응이 높고 인구 유입 효과도 나타나지만, 열악한 재정 여건에서 지방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 생활 기반시설이나 미래 성장을 위한 예산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 따르면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주민에게 매달 1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주민 생활을 돕고 지역 소비와 인구 유입을 늘려 지방 소멸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올해는 곡성·신안·구례·보성 등 전국 17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대상 지역을 3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국비를 올해 3천47억원에서 내년 1조1천658억원으로 늘리고, 국비 부담 비율을 40%에서 50%로 높이는 내용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먼저 지급을 시작한 곡성과 신안에서는 주민등록 인구가 각각 3.6%, 9.0% 늘었다.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수도 각각 21.9%, 15.1% 증가했다. 인구와 가맹점 증가가 사업의 장기적인 효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농민·시민·노동·환경단체 등 30여개 단체가 참여한 ‘전남광주 농어촌기본소득 전면 실시 추진본부’는 내년 전면 시행을 촉구하며 20만명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역 이장단 1천66명과 강광석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도 지난 21일 전면 시행과 국비 분담률 80% 상향을 요구했다.

관건은 지방비다. 전남 17개 군으로 확대하면 전체 사업비가 연간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정부가 40%, 광역지자체와 해당 군이 각각 30%를 부담한다. 국비 비율을 50%로 높이고 나머지를 광역·기초지자체가 절반씩 나누면 군 부담은 25%가 된다.

담양·해남·함평·완도·장흥·강진·진도 등은 이르면 올해 말로 예상되는 추가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10% 안팎이어서 재원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재정자립도는 전체 예산에서 지방세 등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완도군의 올해 본예산은 6천529억원이지만 자체 수입은 약 417억원으로, 재정자립도는 6.4%다. 군민 4만4천175명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군 부담률 25%를 적용해도 연간 약 199억원이 필요하다. 자체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함평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체 예산 5천400억원 중 자체 수입은 약 442억원이다. 군 부담률을 25%로 가정하면 기본소득에 약 133억원이 들어간다. 자체 수입의 30% 수준이다.

추가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 사업 예산을 줄여야 한다. 특히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은 한 번 도입하면 중단하기 어려워 해마다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어업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나 도로·상하수도 정비, 취약계층 복지 등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확실한 검토 없이 ‘농촌 소멸을 막겠다’며 도입하는 기본소득이 자칫 ‘농어촌 인프라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시영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 부담이 엄청나지만 국비 지원이 이뤄지고, 주민들에게 호응이 좋은 사업을 단체장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투입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필수적이거나 미래 성장을 위한 재정까지 무리하게 쏟는건 향후 더 큰 재정난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승현기자 hon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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