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잠업단지 확인된 곳 36곳
뽕밭·목화밭 조성해 원료 생산·수매


광주·전남에는 일제 강점기 방직산업의 수매 거점 역할을 하며 공식, 비공식적으로 종방마을이라 부르는 동네들이있었다. 종방마을이나 종방은 비단과 무명을 짜는데 필요한 원료인 명주실(생사)과 목화를 생산했다. 농민들은 봄에는 누에를 키우고 가을에는 목화를 수확했다. 수확한 누에고치와 목화는 일본 섬유기업이 설립한 종연방적 임동공장으로 공급됐다. 종방마을은 일반적인 행정구역이 아니라 종연방적의 원료 생산과 수매 네트워크 거점 역할을 했다.
종방마을은 일반 농촌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종연방적이 마을 주변에 대규모 뽕나무밭을 조성해 누에고치 생산을 장려했다. 또 종연방적과 직접 연결되는 수매 체계를 구축, 가내수공업적 양잠경영을 개량화했다.
우선 대규모 뽕나무 단지를 조성, 집중화했다. 일본이 개발한 개량 품종의 뽕나무를 심고, 종방이 파견한 기술원에 의해 철저히 단지관리가 이뤄졌다. 일반 잠업 농가에도 개량된 일본의 뽕나무 품종을 보급했다. 균일한 품종으로 제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광주·전남에 확인된 대규모 잠업단지만 36곳이었다. 종방의 잠업단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곳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종방마을이 특정지역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광주·전남농촌 전반에 구축된 생산망이었음을 보여준다.
뽕나무 재배에 적절한 기후조건을 갖춘 잠업단지들은 기업촌락의 성격이 강했다.
기업이 그 지역의 기후조건과 노동력을 장점으로 대규모 뽕밭을 조성했다. 원료확보와 노동력 관리가 쉬운 방식이었다.
종방이 광주·전남에 조성한 뽕밭은 1931년 말까지 100㏊에 달했다. 일본인 기술원을 상주시켰고, 일부 마을에서는 한국인 기술원도 있었다.
종방마을은 태평양전쟁 격화로 단무지 등 군납용 식료품 원자재 생산으로 전환됐다.
해방 이후 일본인 양잠 기술자들의 철수, 종방마을 작업관리와 운영체계는 무너진다. 뽕나무와 면화재배는 지속되나 벼와 보리 중심으로 전환됐다. 농촌 양잠과 방직산업기반은 새롭게 거듭난다. 종방 시설들은 면사무소, 농협창고, 학교 교실, 주택 등으로 전용된다.
1950년대서 1970년대를 거치며 종방마을이라는 공식 명칭은 대부분 사라졌다.
일부 종방마을에서는 1970년대 중반까지 잠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견사 국제가격 폭락 등으로 이후 서서히 뽕나무가 뽑히고 다른 나무로 대체됐다.
광주는 본량동과 하남동, 비아동 안청 등이 대표적인 종방마을이었다. 임동공장과 농촌생산지를 연결하는 고리였다. 나주와 영산강 유역 농촌을 중심으로 종방마을이 형성됐다. 황룡강과 인접한 장성군 황룡면 월평5구마을은 시설 유산이 남아 있다. 월평 5구에는 일제 때 7만여평에 달하는 뽕밭이 조성, 4채의 잠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채만이 현재까지 온전히 남아 있다.
담양군 수북면 오정3구 삼인동마을은 종방등으로 부른다. 소나무가 울창했던 이 마을은 종방이 뽕밭을 만들고 잠실을 세우면서 숲이 사라지고 능선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일제 패망 전까지 거주했던 일본인들은 산등성이를 뒤덮은 뽕밭을 일구고 누에를 쳤다. 담양군 대전면 서옥리도 종방의 주요 원료 공급지였다. 서옥리에는 두 곳 종방의 잠실이 있었다. 사람들은 윗종방과 아래종방으로 나눠 불렀다.
화순군 지석강 주변에는 종방마을만 여섯 곳이 있었다. 화순 사람들은 도곡 종방, 능주 종방, 춘양 종방, 이양 종방식으로 불렀다. 마을 앞에 면 혹은 법정리 이름을 붙여 구분했다. 능주면과 춘양면에는 종방마을이 두 곳씩 있었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마을구조가 바뀌고 지명이 바뀌어 종방이나 종방마을의 원형을 찾기 어렵게 됐다. 광주의 근대방직산업은 임동공장 담장 안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나주, 함평, 무안, 영광, 장성, 담양 등 광주·전남농촌의 뽕밭과 잠실, 목화밭 그리고 종방마을이 함께 움직인 거대한 생산체계였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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