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응급의학과·가정의학과 등 미달인 진료과 많아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등 지역 대학병원이 최근 전공의(레지던트)를 모집한 결과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등의 지원이 전무해 필수의료 체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과와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비뇨의학과 등 비인기 진료과는 대부분 미달됐다.
이들 진료과목은 대체적으로 '고된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은 적다'는 게 공식화돼 있어 젊은 의사들이 전공으로 선택하기 꺼려해 지원자가 날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13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등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진료과목별로 '2023년도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 정원은 내과 17명, 소아청소년과 4명, 외과 5명, 산부인과 3명, 방사선종양학과 1명, 병리과 2명, 핵의학과 2명, 가정의학과 2명 등 24개 진료과 73명이다.
그러나 필수의료 과목인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등 4개 과목의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또 모집인원 보다 지원자가 적은 과목도 있었다. 외과(5명 모집)와 가정의학과(2명 모집) 지원자는 각각 2명, 1명에 그쳤다.
조선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선대병원도 같은 기간 전공의 1년차 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인원은 가정의학과 2명, 내과 6명, 신경과 1명, 안과 1명, 영상의학과 1명, 외과 4명, 응급의학과 3명 등 19개 진료과 36명이다.
이 가운데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비뇨의학과, 병리과 등 4개 진료과목 지원자가 0명 이었다. 응급의학과는 3명을 모집하는데 1명만 지원해 미달됐다.
이처럼 필수의료 과목 중에서도 소아청소년과는 두 병원 모두 지원자가 전무해 젊은 의사들에게 외면 받고 있음을 반증했다.
반대로 선호과 현상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과거보다 인기가 높아진 정신건강의학과는 모두 지원자가 정원보다 많았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모두 2명 모집에 4명이 지원해 경쟁률 2대 1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전통적으로 인기 진료과인 피부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안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은 대부분 모집 정원 보다 훨씬 많은 의사들이 지원했으며 이 중 치열한 곳은 경쟁률 3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대한민국 의료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
'빅5'로 통하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이 이번에 모집한 전공의 정원은 845명으로 전국 전체 전공의 정원의 25%가량을 차지했다. 빅5 병원은 규모와 명성에 걸맞게 전문의 수련을 받으려는 전공의들이 선호하는 병원으로 꼽힌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도 1천여명이 빅5 병원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 부족은 빅5 병원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8명 정원에 10명이 지원한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하고 미달이 속출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1명 정원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고, 가톨릭중앙의료원도 13명 정원에 1명만 지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6명 정원에 3명이, 서울대병원은 14명 정원에 10명이 각각 지원했다.
이처럼 인기과와 기피과의 간극이 심화돼 필수의료 체계 붕괴 우려도 나온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전국적으로 이 같은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국 정원의 2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처럼 지방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안영근 전남대병원장은 "필수 의료분야 전공의·전문의 부족 현상은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귀결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원자 수를 보면 매년 더 심각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필수의료의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며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경우 해당 전문의 부족으로 적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 [세월호10주기] 세월호 생존자·유가족 의료 지원 끊겼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목포기억식'이 열린 가운데 세월호유가족과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10년이 흐른 16일 세월호 참사 생존자·유가족을 위한 의료 지원이 중단됐다.국회에 따르면 '4·16 세월호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2014년 4월 16일부터 10년간 신체·정신적 질병이나 후유증이 있는 경우 정부로부터 의료지원금과 트라우마 등 검사·치료비를 지원받았다.하지만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한다'는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제19조 규정으로 인해 전날부터 관련 지원이 끊겼다.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탑승자 304명이 희생된 전대미문의 선박 침몰 사고다.희생자 대다수인 261명은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였다.무심한 10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며 세상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숨가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데 반해 참사 피해자들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우울·불안증을 호소하거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다.치료를 거부하거나 이제 막 치료를 받기도 한다.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등 고통도 감내하며 살았다.참사 후 10년이란 시간이 가족·지인을 잃은 이들에게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을까.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세월호 유가족 1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85명)가 우울증 고위험군이었다. 유가족 절반은 우울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실제로 피해자 심리 지원을 위해 경기 안산시에 들어선 안산온마음센터에 등록한 대상자 889명 가운데 25%(222명)가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시민단체 관계자는 "피해자 상당수는 그동안 진상규명을 요구하느라 치료를 미뤄왔는데 지원 기한이 끝나버렸다"고 전했다. 사회적 참사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치유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의료 지원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현재 기한 제한 없이 의료 지원을 하는 세월호피해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재정건전성 등의 이유로 정부·여당이 반대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올해 세월호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행정안전부의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4·16재단 지원 사업 예산은 3억3천만원으로 전년(5억3천만원) 대비 37.7% 삭감됐다.해당 예산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피해지역 회복, 국민의 안전의식 개선 등을 목적으로 2020년 정식 편성됐으며, 세월호피해지원법을 근거로 한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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