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립준비청년들 "수저부터 이불까지 자립키트 덕에 든든"

입력 2024.01.16. 11:18 강승희 기자
만 18세 보육시설 떠나는 자립준비청년들
자립정착금·저금한 돈으로 생필품등 구매 부담
초록우산 광주본부 매년 모금나서 물품 지원
"경제부담 덜고 심리적으로 긍정 영향 감사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로부터 자립키트를 받은 한 자립준비청년이 이사한 집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제공.

"냄비부터 프라이팬, 이불까지 첫 살림살이 대부분을 선물 받았어요. 덕분에 홀로서기 첫걸음 힘차게 내디뎌 봅니다."

올해 그룹홈(공동생활가정) 퇴소를 앞둔 박모(20)씨는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이하 초록우산 광주본부)로부터 '자립키트'를 받고 감동했다.

험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함을 느낄 찰나 초록우산 광주본부의 자립키트를 받고 박씨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박씨에게 자립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초록우산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식기세트부터 양수냄비, 프라이팬, 도마 등 주방용품과 좌식테이블, 헤어드라이기, 이불세트, 무선전기주전자, 전기매트, 청소기 등이 포함된 자립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박씨는 "자립키트가 없었다면 자립정착금을 받거나 생활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생필품을 사야 했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받게 돼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며 "매년 자립하는 청년들이 생기니까 지원이 이어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난해 홀로서기에 나선 이모(21)씨도 자립키트를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씨는 "예고 없이 자립키트를 받게 돼 구경하러 갔는데 구성이 너무 알찼다. 자립 준비 중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채워져 있었다"며 "구성 금액도 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립준비 청년들은 홀로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어 조금만 피해를 보더라도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사라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자립하면서 받았던 도움들에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가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자립키트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6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들의 진정한 자립과 행복한 미래 설계를 돕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총 260명에게 자립키트를 지원했다.

지원 물품으로는 양수냄비를 비롯한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과 좌식테이블, 헤어 드라이기, 전기매트 등이 포함됐다.

초기에는 1인당 지원 물품액이 50만원 상당에 불과했지만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모금액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1인당 70만원 상당에 달하는 살림살이 지원이 가능해졌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생활하다 만 18세 이후 보호 종료된 청년을 말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에 달한 보호대상아동이 보호조치 연장 의사가 있는 경우 25세까지 보호를 연장할 수 있고 중도 퇴소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2월에 홀로서기를 준비하며 자립정착금으로 1천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자립정착금만으로는 주거지를 구하는 것은 물론 생필품을 구하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초록우산 광주본부에서 지원하는 자립키트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더 없이 든든한 홀로서기 밑천이 되는 셈이다.

임성규 광주영신원 선생님은 "자립준비청년들은 생필품부터 가구까지 모두 사야 하니 최대한 옵션이 있는 집으로 구하려고 노력한다"며 "시설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 준비하더라도 쓰던 이불을 갖고 나갈 만큼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립키트는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로 구성돼 본인들이 이사해 열어보면서 '이런 것도 있네, 이것도 있구나'하면서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실생활을 넘어서 심리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줘 감사하게 지원받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광주본부는 지역 자립키트 지원을 위해 상시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모금 관련 자세한 사항은 초록우산 광주본부로 하면 된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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