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나뭇잎이 미친듯 흔들리면 그리움이 깨어나 춤을 춘다

입력 2021.01.21. 15:55 김혜진 기자
화가의 안식년, 한희원의 트빌리시 편지
<59> 조지아를 찾은 러시아 작가 푸시킨, 톨스토이, 고리키(2)
한희원 작 '사메바대성당 가는 길'

한순간 무의식 속에 있었다

칼날 같은 그리움이 깊게 파고들었다

그것이 잠일 수도 있었는데

깨어나는 순간 술을 찾았고 음악을 찾았다

머플러는 뒹굴다 지쳐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누워있었다

나는 그보다 더 창백한 눈빛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바람이 들녘에 쓰러져있다

별 몇 개 잎이 다 떨어진 나목에 걸쳐있다

쓸쓸한 영혼이 쓸쓸한 영혼에게 말을 건넨다

검은 새 떼를 지어

가는 달을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너의 손을 잡아 가슴에 얹는다

노을이 스멀스멀 산을 넘는다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 영혼의 끝에 다다른다

아, 그렇다 그 날이 그렇다

(한희원의 시 -쓸쓸한 영혼이 쓸쓸한 영혼에게- 전문)


내가 조지아에는 봄에 왔다. 겨울 초입에 귀국했으니 본격적인 조지아의 겨울을 지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가을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부 산악지역인 우쉬굴리의 산길과 평원을 거닐며 서늘함을 미리 경험해 보고 앞으로 밀려올 혹독한 겨울을 예감했다. 아직은 오지 않은 겨울이 눈부신 햇살 속에서 냉기를 몰래 품은 채 매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백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고산 아래의 마을과 만추로 변한 산언덕의 나무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노오란 나뭇잎들이 바람을 못 이겨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면 마음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그리움이 깨어나 춤을 추었다. 죽었던 혼들이 일어나 춤을 추는 정경을 작곡한 프랑스 음악가 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가 이러했을까.

몇 해 전 몽골에서 바이칼까지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사막에서 밤을 새우며 세상의 모든 별들을 다 본 것 같았다. 평원의 끝과 끝이 별들로 채워져 있었다. 별 하나 하나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기며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 별! 별들의 눈빛이라니. 울란바토르에서 침대 열차를 타고 26시간 만에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을 보며 그리운 이들의 이름을 새긴 별들을 숲속에 하나씩 던졌다. 조용히 칼날 같은 그리움이 사그라졌다.

이르쿠츠크의 즈나멘스키 수도원에 가면 니콜라이 세르게예비치 트루베츠코이 공작의 부인이 세 딸과 함께 묻혀있다. 러시아를 사랑하고 애국심에 불탔던 젊은 장교이자 데카브리스트였던 트루베츠코이 공작. 그는 장래가 창창한 황실 근위대 장교였다. 왕정에 대항하는 쿠데타가 실패한 뒤 주동자 5명은 처형되고 106명은 동토의 땅 시베리아로 유배되었다. 그들은 유배지인 이르쿠츠크에서 예술의 꽃을 피웠다.

데카브리스트 중 18명은 결혼한 상태였다. 그중 11명의 부인들은 안락한 귀족의 생활을 버리고 혹독한 동토의 땅 시베리아로 떠났다. 트루베츠코이의 부인 예카테리나 이바노브나 트루베츠카야가 가장 먼저 남편에게로 갔다. 부인은 시베리아에서 28년을 보낸 뒤 남편이 사면받기 두 해 전에 숨졌다. 실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이르쿠츠크에는 톨스토이 작품 의 주인공인 안드레이 발콘스키의 실제 모델이었던 세르게이 발콘스키와 그의 아내 마리아 발콘스카야가 살았던 집이 있다. 마리아 발콘스카야는 1812년 러불전쟁에서 나폴레옹군대를 격파한 니콜라이 라예프스키 장군의 딸이다. 지금 그들의 집은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세르케예비치 푸시킨(1799~1877)은 혁명가 데카브리스트들의 젊은 부인들을 위해 시를 썼다. 푸시킨은 스스로 데카브리스트의 운명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러시아인들은 푸시킨을 '우리의 모든 것'이라 표현하며 그를 사랑한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그의 문학적 위상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를 뛰어넘는다. 다만 번역하기 힘든 그의 글을 외국의 대중들이 쉽게 읽지 못했을 뿐이다. 젊은 시절 외무부에서 번역관으로 일한 푸시킨은 당시에 혁명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교류하며 진보 문학모임에 참여하며 시를 발표했다. 그의 시 와 은 저항시로 차르 체제하의 러시아 사회를 비판하는 시이다.


황제들이여, 이제 배우라.

형벌과 포상,

강목과 재단, 그 어느 것도

그대들의 믿음직한 방책이 되지 못함을.

미더운 법의 보호아래

먼저 고개 숙이라,

민중의 자유와 평안이

왕관의 영원한 보초가 되리라.

-푸시킨의 시 '자유' 일부 박형규 옮김 써네스트 2009-


푸시킨은 1820년 차르 정부에 의해 남부 흑해 연안으로 추방당한다. 외무부 소관이어서 전근형식의 추방이었다. 데카브리스트의 냉혹한 시베리아 유배는 아니었다. 그의 남부로의 추방은 운명적으로 카프카스와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희원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 이건어때요??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
메타버스
"메타버스 온라인 전시 콘테스트에 도전하세요"
전남문화재단은 오는 8월 8일까지 도내 예술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전시 콘테스트를 개최, 우수한 전시를 선정해 실제 전시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이번 콘테스트는 지난해 12월 문화재단이 구축한 3D 디지털 트윈 방식의 '남도 메타버스 미술관'을 보다 많은 예술인이 관심을 갖고 자기 홍보를 위한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기획됐다.콘테스트 참가 자격은 도내 문화예술단체이거나 전남에 거주 중인 예술인, 3인 이상의 예술인 그룹이며 참여를 원하는 예술인은 '남도 메타버스 미술관'에 회원 가입해 온라인 전시관을 임대받아 미술작품을 업로드하면 된다.심사기준은 관객평가 70%·전문가 평가 30%로, 가장 배점이 높은 관객평가는 온라인 전시 조회 수와 방명록 횟수로 집계된다.때문에 온라인 전시를 주변에 널리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온라인 전시관을 구성한 예술인을 선정해 온라인 전시가 실제 전시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자세한 내용은 남도사이버갤러리와 전남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선출 전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온라인 전시 콘테스트는 메타버스 가상 온라인 전시 프로그램을 보다 많은 작가가 활용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사업이다"며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내 미술작가들이 시공간 제약이 없이 자신의 작품을 아카이빙하고 홍보해 작가로서 인지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노잼도시
전국 SNS기자단, '꿀잼광주' 알리기 위해 뭉쳤다
전국의 20여 명이 '꿀잼광주'의 구석구석을 알리기 위해 뭉쳤다.광주시는 대전, 부산, 울산, 충남, 충북, 경남, 제주도 등 타시·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SNS기자단을 초청해 '지금은 꿀잼광주에 광며드는 중!'이라는 주제로 '2022 전국 SNS기자단 초청 광주 팸투어'를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 실시했다고 밝혔다.이번 팸투어는 제29회 광주세계김치축제, 서창들녘, 에너지파크, 전일빌딩245, 양림동근대역사문화마을,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여행자의 ZIP 등 가을정취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관광지 중심으로 진행했다.특히, 제29회 광주세계김치축제 개막식에 참여해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보대사 배우 김수미와 깜짝 만남 시간을 갖고 생생한 축제 현장 분위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실시간 공유해 축제를 전국적으로 홍보했다.또, 1박2일간 광주상생카드룰 사용하며 로컬상품과 먹거리를 구매하는 등 지역 소상공인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20여 명의 전국 기자단이 1박2일간 광주 곳곳의 매력을 취재한 콘텐츠는 본인이 소속된 시·도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에 확산될 예정이다.투어에 참여한 부산 외국인 SNS기자단 싱정웨이(邢正威·중국)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방문한 광주의 맛과 멋뿐만 아니라 정이 스며들어 광며들고 간다"고 말했다.이영동 광주시 대변인은 "이번 팸투어를 통해 각 시·도 매체에 생생한 광주시 현장 콘텐츠가 전파돼 '꿀잼광주'의 매력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시·도 간 콘텐츠 교류 등을 통해 각 지자체만의 고유한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소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밀했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지방소멸
[카드뉴스] 동명동 핫플레이스, 보해소주 팝업스토어
광주에 젊은 활기가 가득한 곳 일명 '광주의 동리단길' 동명동에서 보해양조가 보해소주 스몰 액션 스토어(팝업스토어)를 지난달 12일에 시작했다. 스몰 액션 스토어는 MZ세대와 친환경·자연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힙한 팝업스토어다. 팝업스토어는 바다를 보호하는 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기획된 것으로 보해소주 스몰 액션(SMALL ACTION) 캠페인의 첫걸음이다. 보해소주 스몰 액션 캠페인은 스몰 액션 캠페인이라는 이름과 같이 '작은 실천으로 환경을 지키자'는 취지로 플로깅 활동을 진행한다. 플로깅(plogging)이란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스몰 액션 캠페인은 보해가 가지고 있는 '바다의 보물'이라는 뜻을 담은 사명처럼, 쓰레기를 줍고 줄이는 작은 행동이 모여 보물 같은 바다를 소중히 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캠페인을 준비했다.보해양조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2030세대가 가득하고 광주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동명동을 선택했다. 플로깅 활동을 참여하게 되면 생분해성 수지 위생장갑, 비닐봉지, 대나무 집게로 구성된 친환경 플로깅 체험 키트를 받아 동명동 일대에서 플로깅할 수 있다. 이후 가져온 쓰레기 분류를 마치면 소금 아이스크림으로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SNS 업로드와 설문 참여 시 보해소주 굿즈를 추가로 증정한다. 참가자들은 플로깅에 동참하면서 육지의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결국 소중한 바다를 지키는 첫걸음이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만들었다.수거된 쓰레기는 작가들과 협업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해 팝업스토어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방문객들은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쓰레기에서 보물로(From Trash To Treasure)' 거듭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보해소주 스몰 액션 스토어'는 7월 12일까지 총 두 달간 운영되며 휴무일 없이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방문 가능하다. 방문객들을 위해 플로깅 체험 외에도 친환경 에코백, 양말, 보해소주가 더해진 프리미엄 플로깅 키트 등 다양한 굿즈 판매도 함께 진행된다.보해소주에서 해양보호 캠페인으로 이어진 나비효과보해소주는 기존 소주와 다르게 소금을 넣었다는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 보해소주는 세계 3대 소금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핑크소금, 안데스산맥 호수 소금, 신안 토판염을 사용하여 소주 특유의 쓴맛과 강한 알콜향을 잡는 솔트레시피를 통해 기존 소주의 '과당'으로 맛과 향을 가리는 제조방식을 깬것이다. 2021년 출시 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보해소주'가 역대 신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보해양조는 보해소주에 사용되는 소금이 결국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건강한 바다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해양 환경 보호 캠페인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보해양조는 어떤 기업인가?보해양조는 목포에 본사를 둔 광주전남 대표 주류전문 기업이다. 보해소주 말고도 잎새주, 복받은 부라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보해소주 팝업스토어 어디서 할까?보해양조와 아우르(OWLR)가 콜라보한 보해소주 스몰 액션 팝업스토어는 광주 동명동 아우르 팝업존(별채)에서 진행 중이다. 아우르는 지난달 오픈한 ㈜광지주의 첫 브랜드다. 전남 특산물을 활용한 다이닝 바, 그로서리 마켓 등 전남 로컬푸드를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보해양조 행보지난달 12일 문을 연 광주 동명동 팝업스토어를 통해 그 시작을 알렸으며, 이어서 25일 목포 보해소주 플로깅 센터 & 스몰 액션 스토어를 오픈했다. '보해소주 플로깅 센터'는 목포 여객터미널과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보해는 여객터미널 이용객들이 배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플로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플로깅 센터를 열게 됐다. 섬에 들어가는 관광객들도 플로깅 키트를 받아 관광을 하며 플로깅에도 동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참가자들 중 플로깅하고 있는 사진에 해시태그 'pickup_bohae'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플로깅과 관련된 굿즈를 제공한다. 플로깅 센터와 스몰 액션 스토어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운영되며 휴무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 가능하다.문예송기자 rr3363@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