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베토벤도 프리랜서였어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입력 2024.07.16. 13:59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위원장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위원장.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을 꼽는다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바로 베토벤이다.

질서정연한 음악 세계, 음악의 성인 등 다양한 수식어들이 있지만, 베토벤에게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클래식 음악가들이 종속된 노동자에서, 프리랜서가 됐던 그 첫 시작에 베토벤이 있었다.

베토벤 이전의 음악가들은 귀족이나 교회에 속해서 활동했다. 당시 음악의 주 소비층은 귀족과 왕족이 유일했다. 음악가 중에서도 대우가 좋았던 궁정악장조차도 많은 의무조항이 있었다. 자연스레 음악은 주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졌고 음악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베토벤은 자신만의 마케팅을 시작한다. 바로 '악보 판매와 공연 수익, 교습' 그 중 악보 판매는 파격적인 시장 전략이었다. 귀족들의 취향에 맞게 곡을 써야 했던 그러니까 고객이 음악가보다 앞서 있던 이 구조에 주객전도를 시도한 최초의 음악가였다. '나 이런 음악 만들었는데 들어보든가' 그렇게 그는 음악사상 최초의 프리랜서가 된다.

자신의 악보를 판매하면서 귀족의 음악취향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자 개성 있는 음악관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작가주의 음악, 독립 음악이라는 개념이 클래식 음악사에도 등장하게 된다.

음악가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달라지며 수익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귀족과 교회, 국가로부터 자유를 얻은 음악가들은 세상을 바꾸는 작품들을 써낸다. 베토벤은 시대정신을 구현한 작곡가였다. 그는 프랑스혁명을 거치며 자유·평등·인류애라는 가치를 작품에 담는다. 베토벤 교향곡 4악장이 그 결과물이다. 교향곡 중 최초로 인간의 목소리가 들어간 악장이 탄생하고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고전파의 대표 음악가였던 그에게 '고전과 낭만의 가교' 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에는 종속을 끊어낸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있다.

1700년대 최초의 프리랜서 였던 베토벤, 200년이 넘게 흐른 지금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어떨까?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존재들이다. 일하는 시민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프리랜서 규모는 약 406만 명으로 추산됐고 이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중 30대 미만 청년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제 프리랜서는 청년층이 종사하는 주요 고용 형태 중 하나가 됐다. 그런데도 제도는 계속 더디다.

청년유니온은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프리랜서 사업을 하며 다양한 프리랜서들을 만났다. 놀라웠던 점은 이들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접속해 일감을 구하지만 이들 중에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를 가진 이들도 있었다. 접속뿐 아니라 접촉도 하고 싶은 욕구, 혼자 일하지만 모이고 싶은 욕구, 실명에 대한 두려움 동시에 언젠가 익명의 가면을 벗고 권리를 찾고 싶다는 꿈. 우리가 만난 프리랜서들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했다. 그렇기에 이들을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미래의 노동이자 주체적이고 독립된 노동자로서 이야기 해야한다.

2010년대 청년을 수식하는 수식어들은 'N포세대', '20대 개자식론' 등이 전부였다. 피해자 이거나 문제의 원인이거나. 백수, 취준생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실업의 원인 제공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는 내는 시민으로 우리를 정체화하며 청년유니온이 탄생했고, 이 지점은 청년유니온 운동의 유의미한 지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은 철폐의 대상이 아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해도 괜찮은 사회, 프리랜서 일해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노동법 바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

떳떳하게 주장하고, 즐겁게 일할 권리. 베토벤은 그 권리를 위해 귀족과 교회, 그리고 국가로부터 독립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가 권리를 위해 했던 일의 결과는 자유로운 창작활동과 정당한 수익구조를 가져왔고 낭만파를 등장시키며 음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권리를 위한 일은 한국의 노동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조를 바꾸는 설레는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결국엔 연결될 때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들이여 이제 우리의 권리를 위해 서로 연결하자! 권리를 위해 시작했던 우리의 일들은 이 사회를 바꾸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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