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갓길에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차 걱정 없이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SNS에는 심심치 않게 주차 문제와 관련된 사연이 올라오는데, 그중에서도 주차 예절을 무시하는 '주차 빌런'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주차 공간을 넘어 두 자리를 차지하는 차량, 차량 크기를 이유로 공간을 가로로 막아버리는 사람, 사람이 먼저 와서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막아서는 경우, 혹은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차금지 표지판을 놔두는 모습까지. 한밤중 소음을 무릅쓰고 경적을 울려가며 이중주차된 차량을 찾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간혹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고의로 차량을 기울이거나 자전거와 같은 물건으로 공간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전기차 충전 구역에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해 충전을 방해하거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아무렇지 않게 점유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각종 사례를 담은 영상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피로감을 동시에 준다.
특히 아파트 주차 문제는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차량이 몰리다 보니 예고된 갈등처럼 느껴질 정도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차량 소유는 가구당 1대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차량 소유는 필수가 되었고, 이제는 1가구에 2대 이상의 차량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상황에 따라 한 가구가 3~4대를 소유하기도 한다. 이를 개인 단위로 환산하면 거의 1인당 1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의 주차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많은 아파트가 세대당 1대 주차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퇴근 후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아파트를 빙빙 도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이런 의문을 품었다. 이 차량들은 모두 등록된 차량일까?
만약 등록이 되어 있다 해도 차량 수가 주차 공간을 초과한다면, 세대 간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대당 1대의 주차 공간을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2대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는 주차비를 부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공공의 공간이 선착순으로 차지되는 구조는 더는 용납되지 않아야 한다. 3대 이상의 차량을 주차하는 세대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되, 공간이 부족할 경우 등록을 제한하는 정책도 고려할 만하다.
이런 고민을 품고 있던 필자는 최근 한 아파트의 '화끈한 주차비 부과' 정책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해당 아파트는 입주자 차량 등록 시 1대는 무료로 주차를 허용하되, 2대부터는 월 1만 원, 3대부터는 월 30만 원, 4대부터는 월 60만 원, 5대 이상은 등록을 불허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더불어 등록 절차도 까다롭게 설계되었다. 주민등록등본, 차량등록증, 가족 소유 차량일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법인 차량일 경우 재직증명서 등 다양한 서류를 요구하며 차량 등록의 투명성을 확보하려 했다.
이 정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많은 입주민이 "다른 세대가 2~4대의 차량을 주차하는 권리보다, 모든 가구가 1대의 차량을 주차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는 단순한 주차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적 가치에 부합하는 공정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퇴근길의 피곤함을 더하지 않고, 주차 공간을 찾아 빙빙 도는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아파트 생활. 이것은 이제 더는 소수의 특권이 아닌,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 권리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각 세대가 최소한 1대의 차량을 주차할 권리, 이제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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