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국민연금 개혁안이 발표됐다.
정치인들의 입을 빌려 이번 개혁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받는다'이다.
이 뉴스를 처음 보고 든 생각은 '물음표?'였다. 이게 개혁이라고?
아니다. 이건 국민연금 개악안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녀가 있는 5060세대는 이 법안에 반대해야 한다. 손자, 손녀가 있다면 이 법안을 저지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5월 무등일보 청년 칼럼 '청년들은 왜 국민연금에 불만족하는가'에서 정부와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혁안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떠한 대안이 있는지 제시했다.
제시한 대안 중 ▲신, 구 국민연금을 분리해 관리하는 것▲선제적으로 연금에 일부 세수를 투입하는 것▲ 모두 연금개혁특별위 민간 자문위원들이나 한국개발연구원이 제시한 개혁안이었고 이는 그동안 연금 개혁을 위한 여야특위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분명하고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선거를 앞두고 기성세대들의 표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다 똥볼을 차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번 개혁안인 '더 내고 더 받는다'가 무슨 문제가 있을까?
애초에 더 내고 더 받는다는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단순히 고갈 시기를 겨우 9년 뒤로 늦추는 산소호흡기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최소한 산소호흡기라도 제대로 달게 할 심산이었다면 보험료율은 올리되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안 됐다. 정치권에서 명분으로 삼은 노인 빈곤율을 핑계 삼을 심산이었다면 현행 40%를 50%쯤은 올려야 했다. 40%에서 고작 3% 올린다고 노인 빈곤율이 해결될 것 같은가? 지금의 40%는 참여 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민노총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래세대를 위해 낮춘 수치이다.
필자가 예상하건대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으로는 분명 10년쯤이 더 지나고 나면 또 한 번 정치권의 가짜 개혁 쇼로 또 한 번 보험료율을 올릴 것이다. 그리고 국민연금만 인상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가? 다른 사회보험 역시 마찬가지로 줄줄이 오를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쯤이면 급여의 50%는 세금과 사회보험으로 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에이 설마?"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를 보아라. 통계청 기준 대한민국 50대가 872만 10대가 462만 명이다. 50대가 연금을 수령할 때쯤이면 10대가 성인이 돼서 사회보험을 낼 건데, 1명이 2명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나마 1명이 2명을 책임지는 구조는 다행이다. 지금 40대가 연금 수령을 할 때쯤 되면 1명이 3명을 책임지는 구조가 될 것이다.
당장 표가 급한 정치인들이 구조 개혁 없는 가짜 개혁을 한 결과는 지금 5060세대의 손자와 손녀가 감당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손자 손녀는 자신들의 미래에 받을 수 있을 수도 없을지도 모르는 국민연금과 사회보험들을 위해 본인의 급여 50%를 국가에 헌납할 것이다.
그래도 당신은 이번 국민연금 개혁을 개혁이라고 지지할 것인가?
이미 합리적인 대안들은 정치인들 모두가 알고 있다. 국민도 알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KDI가 제시한 신·구 연금 분리, 연금 개혁특별위원회의 민간 자문 위원의 선제적 세수 투입, 국민연금 자동 조정장치 도입….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어느 한 가지도 도입되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표가 무서웠다면 선제적 세수 투입이라도 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이 10%라 세수 투입만 해도 복리 효과를 톡톡히 누려 43% 소득대체율도 조금은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시한 자동 조정장치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안도 지금 당장의 표와는 크게는 상관없고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안이었다. 그러나 그것들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서 기존 대안들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최소한 소득대체율은 건드리면 안 됐다. 말로는 기금 고갈이 9년 뒤로 연기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안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5년마다 진행되는 국민연금 제정 계산과 예측은 맞은 적보다 틀린 적이 더 많았다.
이런 와중에 한겨레에서는 '연금개혁 청년독년, 불신 부추기는 보수 진영 대선주자들'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 의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20대 등 청년세대는 남아있는 연금 가입 기간이 30년 이상이라 연금 인상 효과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큰데 실제로는 연금을 불신하게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연금 수령액이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 자체가 없어 존폐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에게 불신을 조정한다니 한겨레의 수준이 한심하다.
또 이번 개혁안 합의를 두고 공당의 대표는 '모처럼 국회가 그리고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며 자화자찬했다. 이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인,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인가 싶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우리 정치인들에게 꼭 이야기해주며 칼럼을 마무리하겠다.
일본은 2004년, 초고령화 사회를 2년 앞두고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대대적인 연금 개혁을 나섰다. 많이 내고, 돈을 덜 받는 안이었다.
2003년 13.58%였던 보험료율을 매년 0.354%씩 올려 2017년 18.3%까지 인상하고 연금 지급액은 평균 수입의 59.3%에서 50.2%까지 낮추는 방안이었다. 물론 이 같은 연금 개혁 발표 직후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당장의 표를 무서워하지 않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후생 연금과 공무원 연금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2015년 마침내 공무원 연금과 후생 연금 통합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당장의 표를 잃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 정치인의 결단으로 일본의 연금은 110년 이상 지속될 동력을 얻었다.
대한민국에는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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