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시대 슬기로운 사회생활

@이정식 입력 2020.07.26. 12:50

알알이 영글어 가는 칠월의 청포도를 보면서 한여름의 휴가계획을 알차게 세우던 그리운 시절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인 것처럼 아득하지만 '코로나'라는 용어가 없었던 1년 전 칠월은 푸른 잎이 우거져 나무의 그늘을 깊게 하는 에너지 넘치는 달이었다.

'코로나'는 우리 세대에게 환경, 산업, 사회 등 전반에 걸쳐 유례없는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지 않아도 실생활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다. 불순한 의도나 미용용으로 사용되었던 마스크는 이제 최고의 방역 필수품이 되었다. 콧대 높은 미국의 대통령도 굴복시켜 마스크로 코를 완전히 가리고 나와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애국'이라고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정도로 코로나는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 SNS상에 '코로나19가 알려준 사실'이라는 글이 빠르게 유포된 적이 있었다. '유럽은 생각했던 것만큼 선진국이 아니었고, 소비없는 사회에 석유는 쓸모없고, 격리되어 보니 동물원의 동물들 심정을 알겠고, 인간들이 활동을 덜하면 지구는 회복된다' 등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들이었다. 사실, 코로나 발생이후 선진국에서는 국경봉쇄령, 통행금지령, 마스크 가로채기 등으로 외교 분란을, 선진 국민들은 타인보다는 자기가 먼저인 생필품사재기, 자국민간 폭동으로 우리가 그동안 선진국으로 알아왔던 나라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실망감을 안겨줬다.

반면, 우리나라는 타국민 입국금지가 없었음은 물론 사회경제적 차단없이도 방역당국의 신속한 검사와 역학조사, 자가격리 시행, 투명한 정보공개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통제하여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되었고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민의 자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스크 기부하기를 시작으로 지금도 손세정제, 의료용품, 공기청정기 등 방역 물품의 기부행렬이 이어져 매순간 어려운 시기에 빛을 발했던 광주공동체의 나눔과 연대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세계가 위생수칙을 잘 지키는 국민들의 시민의식을, 특히 방역의 성공사례로 손꼽는 것을 봐도 바이러스 극복의 힘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전 국민이 호응하여 사람들끼리 적어도 2m 이상 서로 간격을 두고 생활하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국민모두가 '자주 손씻기,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 만지지 않기, 기침할 땐 입과 코 가리기, 호흡기 증상자와 접촉 피하기' 등 코로나19예방행동 수칙을 너무 잘 지켜 시민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아 이비인후과 병원은 문을 닫을 정도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80여 일 동안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다가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자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생활 속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시민모두가 방역주체가 되어 지역감염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힘썼다. 모임과 행사를 개최할 때는 참석자 마스크 착용과 발열체크, 출입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조건 하에 실내행사는 50명 미만, 실외행사는 100명 미만으로 제한하였고 불요불급하지 않는 외출과 모임,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또 공공기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SNS를 통해 마스크 착용, 밀접접촉 금지 등 방역수칙준수 릴레이 홍보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 23일에는 시의회의장단과 18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여 방역수칙준수 범시민운동확산 호소문을 발표했다.

특히, 불특정다수가 출입하는 시청사의 방역을 위해 기존 소독제 분사와 열화상카메라 통과는 물론 모든 방문객들의 QR코드(전자출입명부)와 수기등록을 통해 방문객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시청 공무원들도 1일 2회 발열체크를 통해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권고되고 있는 '3밀(밀집, 밀접, 밀폐)은 멀리하고, 직장 내 점심시간은 나눠서 진행, 식사할 때 음식 맛을 배가했던 대화 자제, 식사전후 마스크 착용, 생활속거리두기' 행동수칙들은 정을 기반으로 살았던 우리들에게는 분명 이질적인 세계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예전의 익숙함들이 현재와 미래의 소중한 것들을 잃게 하는 나쁜 습관이 될 수도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싸(아웃사이더)로 상징되었던 사람간 거리두기가 이제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기로운 사회생활이다. 이정식(광주광역시 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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