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함께 고민하다- 광주천의 목소리와 그린뉴딜

@박경섭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연구소장 입력 2020.10.13. 09:25

불과 2달 전, 지난 8월 초순의 광주천 물난리로 양동복개상가의 태평교 부근이 범람 위기에 처했고 북구 신안교 인근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왜 광주천의 다른 지점이 아니고 태평교와 신안교 인근이었을까?

두 곳이 범람에 처한 이유는 광주천과 지천의 합류 지점이기 때문이다. 동구 지산동에서 시작되어 유동을 지나는 동계천(5.54km)이 복개상가 아래쪽에서 광주천에 합류하고, 북구 일곡동에 발원한 용봉천(8.61km)과 각화동 노고지리산에서 시작하는 서방천(10.85km)은 신안교 바로 위쪽에서 합류한다. 그러나 지금의 20~30대 청년에게는 동계천, 용봉천, 서방천이라는 용어가 낯설기만 하다. 서방천이 1987년, 용봉천이 1996년, 동계천이 1997년에 각각 복개가 시작되어 모두 도로가 되었으니 밀레니얼 세대는 세 천(川)의 존재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잦아지고 강해지는 폭우와 태풍은 언제 또다시 광주천의 범람을 불러올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도로로 덮여있는 지천들이 아쉬워지는 이유는 광주천이 도심 온도를 낮추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현실의 재난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응하여 지천들을 복원하여 여름철 광주도심 온도를 낮추고 개울과 냇가를 시민들의 쉼터로 만들 수는 없을까? 지천 복원에 대한 계획과 아이디어들은 복개 이후에도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실현된 적은 없었다. 아마도 복원에 소요되는 비용, 도로가 줄어들기에 발생할 수 있는 자동차 교통 문제, 관련 주민들의 이해관계의 복잡성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이전 시기의 복원 계획과 그 비용 산정에서 고려하지 못한 것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의 가치와 그린뉴딜의 잠재성이다.

생태 복원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이 도시재생의 미래이자 향후 도시발전의 필수 요소라면 도시의 어떤 자원을 근거로 추진해야 할까는 모든 도시의 공통 관심사다. 광주에는 그린뉴딜 추진에 적합한 광주천의 지천들이 있다. 이 지천들의 복원을 위해서는 단순히 비용과 편익의 계산이 아니라 광주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광주천의 역사를 돌아보면 일제강점기의 재개발 위주의 도시계획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일방적인 개발과 철거로 인한 문화의 상실이 자리잡고 있다.

유려한 곡선과 백사장과 숲이 어우러진 구곡양장(九曲羊腸)의 광주천이 일제 강점기에 직강하 공사와 호안 공사로 인해 본래 모습이 사라지고 직선화되었다. 1974년에는 광주천 정화사업을 전후로 천변에 접한 건물과 상가들을 철거되고 천변은 모두 자동차 도로로 둘러싸였다. 1970년대에 시작되어 90년대까지 진행된 복개를 통해 지천들은 대부분 도로가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사라진 것은 도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고 있는 뽕뽕다리, 빨래터, 물고기잡이를 비롯한 놀이에 대한 이야기와 추억으로 남아있는 문화였다. 자동차 도로로 인해 광주천과 사람들의 삶은 철저하게 분리되었다.

매번 물난리로 휩쓸려나가는 본천에 산책로, 자전거도로, 편의시설과 문화시설들을 설치할 것이 아니다. 광주천의 복원은 자동차 도로에 갇혀 시민들의 삶과 분리된 본천이 아니라 지천들을 다시 숨쉬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동계천과 서방천의 일부 구간만이라도 복원하여 냇가와 나무가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과 접한 다양한 가게들과 주택들로 이루어진 생태적 미관지구를 조성하는 그린뉴딜,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자동차와 결별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시작해야 한다. 유럽의 도시들과 일본의 일부 도시에서 강변과 개울 양 옆을 자동차도로에 전부 내준 곳은 없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광주천의 개울과 냇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우리의 도시의 미래를 시작해야 한다.

박경섭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강사/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광주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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