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전일방직 어떻게···오래된 미래의 자산, 개발의 과제

@최지현 최지현 광주환경연합 정책실장 입력 2021.01.10. 14:45


'광주의 역사는 얼마나 됐나요?' 몇년전 환경포럼 발표자로 초청한 외국 인사에게 들었던 질문이다. 광주에 초대한 손님인 만큼 광주에 대한 이해도 있었으면 해서 이동하는 차에서 '광주는 인권 민주 평화를 지향하고 역사를 만들어온 도시다' 등을 말했던 것 같다. 여러 말 뒤에 받았던 광주의 역사에 대한 질문에는 부끄럽게도 매끄러운 답을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행정도시로서 역사가 궁금했다기보다 어느 날 갑자기 돌출 될 수 없는, 광주 공동체가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민주평화의 역사와 철학이 도시 외향과 시스템에도 녹아 있을 법하여 물었던 것 같다.

현재 전방·일신방직(이하 전일방) 부지가 개발 가능성 때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광주 북구 임동에 위치한 약 30만㎡ 규모의 전일방 부지가 부동산개발 업체에 매각계약이 있었고, 최종 양도 시점은 올해 6월로 예정하고 있다. 계약 이전인 2019년 8월에 전일방 회사가 임동 공장부지 개발계획 안 신청서를 광주광역시에 제출했다. 사업계획 요지는 해당부지 용도를 공업용지에서 상업용지로 변경해 주상복합아파트, 호텔, 업무 쇼핑 시설, 도로 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광주시는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할 것인지를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합동 TF를 구성했고, 몇 차례 회의를 진행한바 있다. 현재는 TF에서 제안한 부지내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TF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필자는 여태껏 공장 외벽 담벼락만 보다가 내부 현장을 답사할 기회를 가진 바 있다. 1930년대 지어진 화력발전소 등 시설물이 고스란히 유지되어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1950~60년, 70~80년대, 지금 2000년대 모습까지 역대 시대 모습이 실물로 존재하고 있는 귀한 공간을 직접 접하면서 시간여행 속에 있는 듯 묘한 기분을 가졌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대 산업화 과정에 광주 경제성장의 한축을 담당했던 노동자들 애환도 전해지는 듯 했다. 당시 노동자들이 해방 1주년 기념하여 회사 내에 기증한 국기게양대의 태극기를 보며 이전 나라 잃은 설움을 마음껏 씻었을까, 태극기를 향한 노동자들의 눈동자가 녹슨 게양대에서 그려져 숙연해 지기도 한다. 그저 개발 기대치가 높은 광주 도심의 30만㎡의 노른자위 땅으로 묘사하기에는 전방·일신방직 부지가 내재하고 있는 것들이 깊고 넓다.

현재 일반공업용지인 전일방 부지의 도시계획변경은 자칫 특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제안할 것이 있다. 첫째 전일방 부지가 어떤 모습으로 보전 혹은 복원, 개발 되어야 할 것인지를 지역 공동체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법적 재산 권한을 갖는 사주와 부동산개발업체 그리고 인허가권을 갖는 행정청간의 주도적 관계에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광주시도 전일방 부지가 갖는 가치를 인지하기 때문에 전문가·시민사회로 구성된 TF 협의 과정을 갖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민의 공감대에서 충분한 숙의와 논의과정을 통해 부지의 보전과 활용 방안이 도출되도록 해야 한다. 특정 기간을 정해 놓을 것이 아니라 시민이 동의하는 안이 나올 때 까지를 시간적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일부 역사 문화 자원을 존치, 기부채납하는 수준으로 도시계획 변경 및 개발허가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토지 소유주로서는 개발 기대치와 사업성을 높이 둘 수밖에 없겠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도시가 성장한 과정에서 자산가치가 저절로 상승된 부분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개발 밀도가 아닌 공간이 갖는 가치의 밀도를 높이는 계획안이 마련되도록 협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시계획과 개발의 시각을 해당 부지로만 국한하지 않고, 광주천 등 인접지는 물론 도시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 인구는 줄고 있고, 주택보급률은 100%를 상회하였음에도 도시 외곽이 확장되는 개발 사업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광주의 도심 곳곳이 재생,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많은 부문이 주택공급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광주의 결핍이 무엇인지, 누구를 겨냥해야 하는지 등 개발주체의 수익성이 아니라, 도시공동체 입장에서 계획안 마련되어야 한다.

광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물과 공간, 여러 관계성이 지금에서도 발현될 다양성과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전일방 부지 개발 요구 앞에서 다시 묻게 된다. 광주의 한 역사를 보여주는 오래된 미래, 전일방 부지가 묻는 과제이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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