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꿈과 사랑을 전하는 희망편의점

@무등일보 입력 2021.11.21. 13:54
박주정서부교육장

지난해 겨울 추운 어느 날, 광주 남구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던 고3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만18세가 되면 자립을 해야 한다. 그 아이는 이러한 심적 부담을 떠안고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으면 그런 생각을 해야만 했는지 교육기관 책임자이자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소외된 아이들에 대해 뭔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고 있던 차에 남부경찰서장이 대책을 함께 마련해보면 좋겠다는 연락을 주셨다. 소중한 생명을 잃고서야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지원과 관리는 시청과 구청 등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이 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청과 교육청이 손을 맞잡아겠다 생각했다. 급한 대로 남구 관내 시설부터 지원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설장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경청했다. 그리고 남부경찰서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광주광역시의회 임미란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께서 관심 가져주고, 회의에 적극 참여하여 지원을 약속해 주었다. 드디어 2021년 3월 25일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의회, 남구청, 남부경찰서, 광주아동복지시설협회, 서부교육지원청 6개 기관이 아동복지시설 학생 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희망편의점'이라는 사업명은 경찰관이 제안해 주셨다. 편의점은 아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끼니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먹거리, 간식거리 등 생필품이 있고, 24시간 문이 열려 있어서 친근한 곳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좌절과 절망하기 쉬운 시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희망을 선물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값진 교육 활동이 어디에 있겠는가?

희망편의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곳에 가면 아이들은 꿈과 희망, 사랑과 인정, 자립에 대한 의지를 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물었다. 아이들이 바라는 내용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각종 활동의 제약으로 우울감이 높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개별 맞춤형 지원을 원했다.

희망편의점의 여러 활동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만족한 프로그램은 정서 및 진로 지원을 위한 1대1 멘토링 활동이었다. 아이들이 희망하는 직업 분야의 전문가와 1대1 매칭을 통해 관계를 맺고 만남으로써 심리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자연스럽게 자립에 대한 의욕을 북돋고 있다. 경찰관이 되고 싶은 아이는 경찰관과, 선생님이 되고 싶은 아이는 선생님과의 매칭을 통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멘토링을 하고 있다.

시설장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께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눈치를 보는 아이들 또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동네 아이 기살리기'라는 주말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7월에 진로 멘토와 함께 무등산 트레킹을, 9월에는 국립장성숲체원에서 추억만들기를 하였다. 남구다목적체육관에서는 주말마다 무료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시설 아이들 역시 올바른 경제 관념과 성 가치관 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관련 분야 전문가의 교육 기부를 받아 시설로 찾아가는 경제교육과 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과 자립을 돕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광주시의회에서는 만18세 자립지원금을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증액해 주었고, 굿네이버스, 광주여성경제인협회, 광주여성단체협의회, 광주전문건설협회 등에서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장학금을 후원해 주었다.

시설장들과 정기적인 실무 협의를 갖고 '희망편의점' 사업 추진 성과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심리 정서적 안정과 자립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구에서 시작한 사업이 우리 시 5개 자치구 모두에서 시행되기를 바란다. 우리 지역에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을 찾아서 내실 있게 지속 지원하는 일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박주정 광주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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