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100만명을 넘는 도시에 50층 이상의 건축물이 없는 곳은 광주광역시가 유일한 것 같다. 초고층 건축물(층수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미터 이상인 건축물)이 있어야 도시경쟁력이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도시를 방문했을 때 도시의 그럴듯한 스카이라인을 보여주는 것은 역시 높은 건축물이다.
광주에서 민선 6기 때인 2015년 11월, 광천동에 48층 주상복합건축물 신축을 위한 '건축심의'가 위원회를 통과했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2019년 말에 완공되었다. 4자를 단 최초의 건축물이 탄생한 것이다.
2018년 민선 7기를 시작되면서 이용섭시장은 앞으로 광주에 4자를 단 주상복합, 3자를 단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48층 주상복합에 따른 지역사회 파워그룹(?) 일부의 여론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 4자, 3자 단 아파트의 도전이 있었지만, 시장의 방침에 따른 묵시적 행정에 불가능했다. 아마 규정이 없는 규제를 하려니 행정도 곤란했을 것이다. 2021년 7월에 '광주광역시 건축물 높이관리 원칙'을 시장 이름으로 상업지역 40층, 주거지역 30층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공고했다.
지난 5년간의 광주시 도시경관을 결정지는 도시·건축 행정의 결과물들이 지금 완성되어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분들의 평가가 궁금하다. 도시경관을 위한다고 층수로만 규제하는 것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유리천장에 막힌 획일적인 건물 높이, 정해진 용적을 찾으려니 옆으로 넓어진 덩어리, 빈틈이 보이질 않은 콘크리트 장벽의 아파트 숲이 도심을 채우고 있다.
2022년 민선 8기 시장선거를 위한 후보로 나선 이용섭, 강기정 두 분 정책에 변화가 있었다. 도시경쟁력과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맞춤형 건축물 높이관리 방안을 만들고, 일률적인 층수 제한을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지난 2월21일 광주시장으로 당선된 강기정 시장이 발표한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광주광역시 도시경관 및 건축물 디자인 향상 제도개선 방안'이다.
첫째, 상업지역 40층, 주거지역 30층 층수제한을 폐지한다. 획일적인 높이가 사라지고 다양한 경관 및 스카이라인이 형성될 것이다. 무등산 조망권 문제는 특정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문제지 광주시 전역에서 무등산 조망권 훼손을 주장하는 것은 100년전 광주 경관을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분별한 층수는 관련 규정과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관리 기준'이 역할을 하지만, 정교한 재정비도 필요하다.
둘째, 통합심의 제도개선으로 병풍화된 회색도시를 지양한다. '교통영향평가'와 '경관심의'를 통과한 건축설계내용이 '건축심의'에서 조정되고,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또 변경되는 문제 극복을 위해 '통합심의'에서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렇다고 회색도시가 그냥 개선되지는 않는다. 혁신적인 심의규정과 창의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가 필요하다.
셋째,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시 용적률을 차등 적용이다. 행정은 지원하고, 사업자는 설계공모제도를 통해 우수디자인과 시민을 위한 공공성 확보방안을 제시하여 상생하는 도시계획과 건축정책이 실현되게 해야 한다. 특혜가 아닌 이왕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 좋게 할 방안을 찾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적절히 끌어안고 잘 만들도록 유도해야지 비판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도시는 누가 만드는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여론과 도시비전을 반영한 행정의 규정과 제도, 속칭 개발업자라고 하는 시행사(건축주)와 건설사, 건축설계전문가인 건축사와 관계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들은 배척관계가 아닌 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탁월한 시선, 창의적 생각, 담대한 실행이 없으면 지금의 광주 도시경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대표·(주)포유건축사사무소대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