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안전이 확보된 마천루, 미래사회의 성장동력

@송창영 광주대학교 대학원 방재안전학과 주임교수 입력 2023.03.14. 11:15

2000년도 이전부터 잠실 롯데타워가 완공된 2017년까지 십 수년간 우리나라는 진취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을 숱하게 지었다. 그러나 2020년 7월21일 여의도 파크원이 우여곡절 끝에 국내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로 등재된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 국내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 준공은 정체돼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과 전 세계적 금리인상 단행에 의해 건설사들이 긴축모드로 변환했다.

광주광역시 또한 2018년 호반써밋 아파트 준공 이후로 40층이 넘는 건축물 시공이 진행되지 않았다. 40층 넘는 비주거 건축물은 아예 없다. 광주시 차원에서 무분별한 고층건축물 난립과 경관 및 바람길 훼손의 문제로 건축물 층수제한을 시행해왔으며, 화정동 아이파크 사고로 인한 시민들의 건설 불안증이 중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획일적 층수 제한과 수익성 위주의 개발계획으로 인해 도심 스카이라인은 단조롭고 장벽화돼 '병풍형 건축물' 양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강기정 광주시장은 기존 획일적 건축물 높이 제한 원칙을 벗어던지고, 지역·권역별 특성에 맞춰 다채롭고 창의적인 스카이라인을 조성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층수제한을 폐지할 예정이며, 상업지역이나 주요 관문 등 새롭게 경관을 형성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창의적인 건축물과 역동적인 스카이라인을 통해 랜드마크를 조성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이러한 광주시의 도시계획에 발맞춰 부동산 개발기업 '휴먼스홀딩스'는 '현대백화점그룹'과 함께 임동 일신방직공장 터에 50층 호텔 및 주상복합과 1만평 규모의 백화점 등 대규모 문화복합몰을 구상, 제안했다. 또 신세계그룹은 서구 광천동에 위치하는 기존 신세계백화점을 대폭 확장한 3만평 규모의 새로운 쇼핑몰 건축물 건립을 제시했다.

타 지역에서도 광주시와 유사하게 대규모 초고층 건축물 건립 사업이 다시 활로 개척에 들어갔다. 포항시는 포항역 부지에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7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 건립 사업을, 인천 청라국제도시는 지연되고 있던 청라시티타워의 건립사업을 LH를 통해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와 용산의 철도정비창 부지를 대상으로 초고층화를 통해 맨하튼과 같은 마천루의 도시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부산시 역시 센텀시티의 세가시미 부지를 통해 74층 규모의 양자컴퓨터 기반 직장·주거 결합형 오피스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 건립 사업은 설계단계에서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시공·준공·유지관리까지 건축물의 안전성을 검토해야 한다. 최초 설계단계에서 별도의 사전재난영향성검토 심의를 통해 구조·소방·테러·침수·피난 등 건축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하고, 시공단계에서는 최고 수준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를 통해 감리업무를 진행해야 하고, 준공 전까지 통합재난체제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건축물 사용승인 전까지 의무적으로 '재난예방 및 피해경감계획'을 수립해 제출하고 유지관리 차원에서 관리주체를 통해 운영해야 한다.

그 동안 '사전재난영향성검토협의'와 같은 까다로운 재난관리 규정 심의로 인해 대다수의 건설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최고 높이를 49층 이하로 맞춰 심의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규제완화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참여, 건설사들의 활로개척 등이 정체돼 있던 초고층 건립사업을 다시한번 촉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해운대 우신골든 주상복합 건축물 화재, 광주 아이파크 붕괴, 울산 아르누보 아파트 화재 등 초고층 건축물에 상존하는 재난의 취약성은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필수항목이다.

이미 우리는 수평의 대형화, 수직의 초고층화로 볼 수 있는 미래도시를 경험하고 있으며 건축물의 초고층화는 미래도시 구축의 기반이자 촉진제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고층 건축물 건립 사업은 규제와 제한이 아닌 증진해야 할 사업이다. 다만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성이 확보된 계획과 이행을 기반으로 국민의 신뢰가 보장돼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에서 초고층 건축물은 작금의 우리가 후대에게 전해줘야 할 성장동력이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