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흐른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이 받은 두 개의 노벨상이 모두 광주와 연관된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역대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서 노력한 단체나 개인이 수상했다. 광주는 대한민국에서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의 정점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다. 알쓸신잡에도 나와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그의 축하 메시지는 그 자체로 "축하글의 노벨상감"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란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인권 같은 것이다. (중략) 현대 한국은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광주에 빚졌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광주가 흘린 피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아직 피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이제 우리는 문화적으로도 광주에 빚지게 되었다. 기분 좋은 빚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을 (번역서가 아닌) 원서로 읽을 수 있는 기쁨 때문인지 123만 부 이상 판매(지난 21일 기준)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 뒤에 인류 보편의 가치 실현을 막고 있는 일들이 벌어 지고 있다.
작은 책방들의 연합조직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지난 23일 "풀뿌리 독서문화 플랫폼인 동네 책방에 신속한 도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형 유통사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교보문고가 동네 서점과의 '상생'을 외치며 한강 작가의 책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시적으로 판매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실질적 상생이 아닌 일종의 '상생워싱'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동네 서점들이 독자들에게 신속하게 도서를 공급할 수 있어야 독서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고 문화의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다. 한강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면서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강 작가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 상을 받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매를 겸하고 있는 대형서점은 전국 책방으로 책을 공급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전국 서점에 도서공급을 막고 오직 자사의 온오프매장 판매에 집중했다. 문제가 커지자 '상생 마케팅'이라는 미명 아래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비단 출판유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달의 민족이 기습적으로 배달중계수수료를 인상해서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후생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유통은 양면시장을 통제한다. 이과정에서 특정 참여자의 이해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사태도 디지털 경제 시장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모두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의 민낯이다.
새로운 혁신을 위해서 혁신으로 형성되는 자연독점을 깨 주어야 한다. 1972년 대 미국의 전기 통신사인 AT&T는 전국의 전기통신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독점소송 제기로 법원은 AT&T를 각 지역별로 20여개의 회사로 분할 하도록 판결하였다. 그 결과 "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창조적 파괴의 혁신적인 통신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1980년 PC의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를 통해 웹 브라우저마저 독점하려 하자 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독점 제소로 막아 인터넷 서비스 기반의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나 애플 ios와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가 새로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제 미국의 반독점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 독점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독점을 깨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들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흐르는 물을 막으면 썩는 것처럼 경제도 흘러야 한다. 경제의 흐름을 억누르는 독점적 관행이 지속된다면, 결국 경제는 썩고 말 것이다. 시장의 실패는 상수다. 문제는 실패이후이다. 시장의 실패를 통해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소상공인과 소비자다. 이것을 보완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광주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 배달의 민족 독립을 선언하고 스마트 오더 방식을 키오스크나 태블릿이 아닌 QR을 표준으로 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몸이 아플때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아픈곳이 몸의 중심이듯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은 아픈 소상공인이 되어야 한다. 민선 8기 강기정 시장이 주치의로 나섰다. 오는 29일 국회에서 현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한다. 배달 중개수수료 상한제 입법과 지역의 공공배달앱을 보다 실효적 경쟁사로 키우기 위한 재정 지원,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적고 소비자에게도 디지털 격차를 최소화하는 QR 주문이 대한민국 표준의 스마트 오더가 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광주가 QR 주문 실증도시가 되겠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기아의 V12를 향한 파죽의 3연승, 광주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기쁨과 희망이 지역의 골목상권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광주는 인류 보편가치를 지향히고 실천한다. 포용적이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디지털 전환 도시 광주가 디지털 경제 민주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한강은 흐른다.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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