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無等)이 가을로 물들었다.
내딛는 걸음마다 온통 가을색이다. 굽이굽이 오솔길 뒤로 고민도 걱정도 하나씩 내려놓고 걷다보면, 맑아지는 가슴이 청운추월(晴雲秋月)을 맞는 듯 하다. 무등산을 비켜 소태역을 따라 천변으로 내려가면 줄지어 달리는 자전거 무리를 만나곤 한다. 스쳐간 자리에 상쾌한 활력이 남는다. 두 바퀴를 따라 솟아나는 흙먼지 한 줄이 생기 넘친다. 땅을 밟고 바람을 만지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푸른 축복이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바로 대중교통이다. 최근 철도박람회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다가, 현지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살펴보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국철 격인 에스반(S-Bahn), 지하철 우반(U-Bahn), 트램, 버스, 자전거, 택시, 공유차량, 개인 이동장치 등 모든 교통수단이 24시간 내내 베를린 시내를 연결하고 있어 자가용이 없어도 이동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구시가지에는 주차장도 거의 없어서 자가용 이용이 오히려 불편할 정도였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자전거의 매력이었다. 출퇴근 시민들은 물론 경찰들마저 순찰업무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광경이 산뜻하면서도 활기차게 비춰졌다. 독일은 코로나 사태 이후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문화가 형성되며 자전거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베를린은 일찍이 자전거 정책을 수립해 펼쳐왔고, 2017년경부터는 도심 구역을 중심으로 공유 자전거 사업에 집중 투자하며 자전거 활성화를 이끌어왔다. 현재 독일 전체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11% 가량을 차지한다. 자전거를 손쉽게 탈 수 있게 되며 이용자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관련 인프라도 확장돼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자유롭게 달리는 도시. 바로 민선8기 광주시가 지향하는 우리의 내일이다. 강기정 시장이 '대·자·보 도시 광주 구현'이라는 담대한 결단을 발표한 이래, 광주시 교통정책은 도전과 기회의 대전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강기정 시장의 과감한 리더십과 광주 시민의 수준높은 교통 의식이 어우러지며 구현된 대자보 도시의 청사진이 바로 광천권역 교통대책이다. 상무역에서 터미널, 야구장, 광주역을 잇는 상무광천선과 구 대동고에서 광주공고까지를 잇는 간선급행버스(BRT) 등 대중교통망을 강화하고, 입체적인 보행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이 어우러지며 사람과 기회가 모이는 새로운 광주를 펼쳐내는 것이다.
자전거 역시 당당하게 대자보 도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전거는 탄소배출 없이 대부분의 통행을 책임질 수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품고 있다. 동시에 시민 건강 관리와 여가 활동 등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광주의 자전거 수송 분담률은 2%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자전거가 통행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광주의 자전거는 꾸준히 달리고 있다. 우리 광주교통공사의 지하철역 자전거 무료대여 서비스와 자전거 휴대탑승제는 긴 시간 꾸준히 호응받고 있다. 또한 광주시가 지난 9월말까지 시범 운영한 공유자전거 '타랑께' 역시 이용자 설문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지속 운영을 바라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첨단, 평동 지구 등의 자전거 생활화 시범지구 사업도 '자전거 친화 도시 광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는 페달에 더 힘을 주어야 한다. 자전거 비치 대수와 범위를 늘려 더 많은 시민들이 보다 손쉽게 자전거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 주거단지로 인프라를 넓히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접근성을 갖추면 자연히 수요가 증가한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신뢰성이 보장되면 이용층이 늘어난다. 자전거 이용 경험이 커지며 시민 공감대가 확장되면, 자연스레 자전거 도로 확충 등 인프라 확장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 자명하다.
자전거의 길은 맑고 푸르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자전거가 '기회'로 주목받는 이유다. 승용차에서 내려 두 바퀴로 즐기는 광주를 상상해본다. 길은 넓어지고 하늘은 높아질 것이다. 광주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걷고 구르는 보행 중심 도시, 백년을 내다보는 탄소 저감 녹색 도시 광주를 향해 힘차게 핸들을 돌릴 때다. 대·자·보 도시 광주의 시작점은 바로 오늘 내 발끝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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