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전당(ACC)의 '블랙박스'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입력 2024.10.30. 17:07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지난 여름, 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에서 공연 '신비한 극장'을 관람했다. 정말 신비로웠다. 예술극장은 몇 차례 가본 적이 있어 가변형 극장이며 독특하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매번 모습이 달라져 늘 새로운 곳에 간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러나 그게 다인 줄만 알았다. 그 공연, '신비한 극장'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그날 좀 충격적이었다. '가변형'이란 게 이런 거로구나 하고.

예술극장은 일명 '블랙박스'다. 공간 전체가 온통 검은색이다. 예술적 실험과 창의적인 연출이 가능한 공연장이다. 검은색은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독특한 분위기를 제공하며 공연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어두운 색채는 시각적으로 집중력을 높여주고 희미하게 보이는 모든 것을 흡수해 드러나는 요소들을 돋보이게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첨단 오디오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스테레오 시스템은 두 개의 채널만으로도 구성되는 데 반해, 이 블랙박스는 무려 60채널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I와 결합한 이 시스템은 관객들에게 마치 소리가 움직이고 살아있는 듯한 입체적인 음향을 전달한다. 천장, 4면의 벽, 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음향은 관객의 심장을 두들겨 공연에의 몰입도를 한껏 드높인다. 관객은 이때 묘한 착각에 빠져든다. 마치 자신이 공연의 일부인 것처럼 느낀다.

이 극장은 또한 레이저 아트 영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서 시각적으로도 매우 독창적이다. 빛기술을 통해 예술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경험을 전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무대가 주는 예술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예술세계로 관객을 훌쩍 넘겨준다.

무대는 전후좌우, 상하로 움직이는 가변형이다. 무대의 형태와 구조가 자유로워 다양한 공연 연출이 가능하다. 무대는 단순한 공연의 배경에 그치지 않고 공연 일부로 격상된다. 관객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치 트랜스포머라는 영화에서 로봇이 자동차로 변형되고 그 자동차가 연기하는 주인공 배우이듯이 말이다.

블랙박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뒤쪽의 벽 역할을 하는 넓은 문을 열면 외부 계단형 관람석까지 공연장이 확장되는 시스템이다. 실내·외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조란 점에서 이색적이다. 더 감동인 것은 넓은 문이 쫙 열리는 그 순간이다. 파란 하늘이 보이고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자연 속에서의 예술 체험이 주는 가슴 설렘이다.

또한 무대 자체가 가변형이기 때문에 무대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고 내부 홀 전체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무대들은 전부 천장 위로 접이식 가구처럼 올라붙는다. 관객에게 시각적 충격을 주며, 무대 연출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러한 순간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블랙박스가 제공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에 감탄하게 된다.

블랙박스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기술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실험의 장이자, 창의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혁신의 공간이다. 블랙박스는 전통적인 무대 예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가변무대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다. 광주는 이 공간을 통해 글로벌 예술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불타오르는 창작 열정을 현실화하고 관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예술적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ACC의 블랙박스는 한국 예술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공간임이 틀림없다. 다양한 실험적 공연과 예술적 시도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블랙박스의 가능성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 블랙박스가 "광주"에 있다. 광주의 연출가와 예술인들이 이 블랙박스를 자주 이용해서 공연하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 문화전당은 개방의 폭을 넓히고, 지역 예술인들은 다양한 콘텐츠로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시민들은 관람석을 꽉 채워서 응원하는 그 날이 곧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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