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발걸음마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우리의 마음도 새롭게 다져지는 참 좋은 계절이다. 누구나 눈 덮인 무등산의 품에 안기면 매일매일의 고민과 생각들도 잠시 쉬어간다. 무등산을 지나 광주천과 영산강길을 따라 걷다 보면 따뜻한 음료를 들고 여유와 행복을 누리는 많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늘 느끼듯이,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서 일상의 활력과 기쁨이 온전히 느껴진다.
그 활력과 행복과 일상의 큰 기쁨을 누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권리가 아닐까. 대자보 도시 광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대자보 도시란 자가용 중심이 아닌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일컫는다. 우리 광주가 긴 호흡으로 가고자 하는 미래의 광주가 바로 대자보 도시다.
우리는 과거에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며 직접 손글씨로 대자보를 써서 곳곳에 붙였다. 그것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불쏘시개가 되었고 그 힘으로 우리는 역사를 혁명했다.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대자보 도시로의 전환은 어쩌면 독재와 싸우던 그 시절만큼 힘겹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서 더디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수많은 생각과 의견이 충돌할 것이고, 찬반으로 갈려 토론과 논쟁이 뜨겁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자보 도시는 우리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20세기의 사고에 갇혀있어서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지금 파리, 런던, 밀라노, 바르셀로나, 뉴욕과 같은 OECD 대부분의 도시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주차장을 없애고 차도를 줄이면서 보행로와 자전거길을 늘려오고 있다. 우리가 이름을 아는 도시들 모두 그렇다.
오랫동안 파리는 자가용 도시였는데 지금은 자전거와 보행으로 유지되는 도시로 바뀌었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수는 5천만대로 전체 인구의 3배 규모이다. 세상은 21세기를 향해 달려가는데 우리만 20세기에 갇혀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이 일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이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자 걷고 싶은 도시를 구현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일이다.
하지만 광주시민의 56.6%는 아직까지 대자보 도시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자보 도시 광주의 문을 여는 열쇠다. 시는 시민 한분 한분의 손에 열쇠를 쥐어드릴 것이며, 그 열쇠로 대자보 도시 광주로 나아가는 광장의 문을 열 것이다. 그것이 역사를 혁명했던 광주가 시민의 삶을 혁명하는 광주로 나아가는 길이자, 시대변화를 한발 앞서 이끌어야 할 광주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일이다.
지금 광주에 걷고 싶은 길이 곳곳에 조성되고 있다.
막힌 길은 뚫고 끊어진 길은 연결하며 계속 확장해갈 것이다. 내년 1월에 시행될 G-패스도 대자보 도시 광주를 견인할 마중물이 될 것이다. 특히 도시철도2호선 1단계가 내년에 완공돼 내후년에 개통하면 대자보 도시로의 전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그때까지가 대자보 도시 전환을 위한 1단계라면, 도시철도2호선 1단계 개통은 2단계로 크게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긴 안목과 호흡이 필요한 일이나,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 대자보 도시 광주로 가는 그 길은 우리 모두의 빛나는 미래로 나아가는 관문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힘을 모으고 희망을 모아 뚜벅뚜벅 길을 걷고자 하는 분명한 이유다. 배두엽 광주시 도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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