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정신적인 풍요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미술관을 찾는 일이 번거롭거나, 비용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가 바로 미술은행이다. 미술은행은 예술 작품을 대여하여 사람들이 손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광주광역시 동구의 미술은행도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동구 미술은행은 소장품을 선보이는 '동구동락(東區同樂)' 전시회를 미로센터와 무등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동구 미술은행은 2021년, '광주광역시 동구 미술은행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통해 설립되었다. 이 조례는 지역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예술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미술은행은 공공기관과 민간에 미술 작품을 대여하는 일을 맡고 있으며, 지역 예술 생태계의 발전과 문화 향유를 목표로 한다.
동구 미술은행은 현재 약 171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중 약 60여 점이 대여 중이다. 주요 작품 장르는 서양화가 87점으로 가장 많고, 그 외에도 한국화, 사진,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특히, 동구 미술은행은 장애인 미술인들의 작품을 연간 사업비의 3% 범위 내에서 구매하며, 이들의 기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다.
동구 미술은행에서 작품을 대여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동구 미술은행 누리집에서 원하는 작품을 검색하고, 대여 신청서를 작성한 뒤 동구청 문화관광과에 제출하면 된다. 이후 대여가 승인되면 약정을 체결하고, 작품 가격의 0.5%에 해당하는 월 대여료를 납부하면 된다. 대여 기간은 최소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가능하며, 문화소외계층, 차상위층, 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대여료가 면제된다.
광주 동구 미술은행은 국내외 미술관 등이 추진하는 대여 사업 등과 비교했을 때 규모는 작지만, 지역 사회와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 미술은행 제도는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대여 작품의 수량과 다양성이 부족한 점이다. 위로와 치유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미술은행이 갖는 효과를 감안했을 때, 작품 규모와 그 역할을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관련 사업의 목적과 목표를 재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대중의 인식 부족으로 미술은행의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다. 특히, 동구에는 2023년에 출범한 광주광역시 동구문화관광재단이 있다. 이 재단은 동구 미술은행의 활성화와 브랜딩을 담당하기에 적합한 기관으로 보인다. 동구 미술은행의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 특수성을 감안할 때, 재단이 미술은행의 운영을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예산과 인력의 부족으로 미술은행의 관리와 홍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존재한다. 미술전문 학예연구사를 두지 않고, 특정 시기에 외부 기획자를 통해 운영하는 방식에서는 미술은행의 전시 기획과 작품 구매, 소장 관리에서 전문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광주광역시 동구문화관광재단의 역할 여부에 따라 이부분도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넷째, 현행 '광주광역시 동구 미술은행 운영 조례'만으로는 미술은행 유지 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 체계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보인다. 이에 대해 광명시가 운영 중인 '광명시 미술작품 구입 및 임차에 관한 조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조례에서 제시하는 작품 구입 미술가의 자격과 작품 규격, 구입 절차 및 심의 위원회 구성 등은 동구 미술은행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구 미술은행이 동구 주민과 기관에 국한된 대여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광주 지역의 특성상, 동구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핵심 거점이다. 따라서 동구 미술은행이 광주시민 모두에게 개방되는 '오픈은행'으로 전환된다면, 문화 향유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구에서 거주하는 사람만이 예술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광주 시민 모두가 동구로 인해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광주 동구 미술은행은 예술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다. 그 운영이 지속 가능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확장하는 노력은, 예술이 지역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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