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10리마다 원(院)을 두고, 30리마다 역(驛)을 세웠다고 기록돼있다. 이는 사람이 4㎞쯤 걸은 후 휴식을 취하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말에게 먹이를 주기 위한 거리였다. 이러한 교통 체계 속에서 강진의 석제원(石梯院)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석제원은 강진 포구와 해남 땅끝에서 출발한 관리, 군사,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쉼터였다. 현재 강진군 성전면 버스터미널 부근이 그 터였으며, 과거의 길이 관리, 군사, 상인 등 지역 발전의 핵심 요소였던 것처럼, 현대에도 교통망 확충은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강진군을 비롯한 전남 서남권은 남해선 철도 개통(2025.7)과 광주-강진 간 고속도로 개통(2026.7), 강진-마량 구간 4차선 확장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지 선정 등으로 인해 새로운 관광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강진의 효자상품 '반값관광'과 농촌 숙박 체험 프로그램인 '푸소(FUSO) 정책' 등을 통해 '머무르는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강진의 관광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적인 전환점이 된 것이다.
열차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자동차를 버리고'도 장기 체류하며 지역의 매력을 깊이 체험할 수 있다. 이는 체류형 관광과 '슬로우 투어리즘'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교통망 개선을 통해 강진-마량 4차선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완도군의 고금도와 약산도 주민들은 강진을 주요 생활권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남도립 강진의료원을 비롯한 이 지역의 의료 인프라 이용이 더욱 원활해지면서, 도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광주에서 강진까지 30분, 강진에서 마량까지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 향상을 강진이 광주 등 내륙 배후 도시의 '해양관광 거점'이 되는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강진, 해남, 영암은 지리적 동선과 역사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강해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생활 인구 증대, 지역 브랜딩 강화,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전남서남권을 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하나의 길을 공유해 온 이 세 지역이 협력하여 관광 자원을 연계하고, 방문객이 한 곳이 아닌 세 지역을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강진의 맛집을 선정할 때 '강진산 농·축·수산물 사용 비율'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등 체계적인 지역 연계가 필수적이다는 생각이다. 특히, 강진은 남도 음식의 본고장으로, 풍부한 해산물과 한우, 제철 농산물로 차려지는 전통 한정식이 명성이 높다. 강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깊은 맛의 한정식은 방문객들에게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체류 기간을 더욱 길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강진은 고려청자의 발상지이자 국내 유일의 청자 박물관을 보유한 지역이다. 천 년의 세월을 이어온 고려청자의 맥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문화적 감동을 제공한다. 청자 공방 체험과 청자 축제 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관광 콘텐츠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슬로우 투어리즘은 단순한 명소 방문이 아니라, 휴식과 자기 발견, 새로운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관광객을 특정 지역에 '가둬 두는' 것이 아니라, 연계된 지역에서 상호 교류하며 지속 가능한 관광을 추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체험형 관광 콘텐츠 개발, 전통문화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관광 상품 발굴이 필요하다. 또한 '강해영' 프로젝트 내에서 축제, 관광지, 교통, 음식점, 숙박을 연계한 '1일 자유이용권'(남해안 철도, 전남시티투어버스, 강진관광택시) 등의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강진과 전남 서남권이 전국적인 관광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이제 전남 서남권은 단순한 방문지가 아닌, 머무르고 경험하는 '슬로우 투어리즘'의 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강해영'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강진만의 특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공공기관과 지역 자원을 연계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전남 서남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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