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혁신의 파도 속에 있다.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의 등장은 산업 구조와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기술 경쟁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이를 뒷받침할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전력은 이제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이자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AI 산업의 초점은 GPU·TPU 등 고성능 반도체, 즉 AI의 '두뇌'를 고도화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AI 모델의 크기와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전력이다.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소도시 한 개에 맞먹는다. 기술 발전 속도를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AI 시대의 전력 문제는 단순히 '소비 절감'의 차원을 넘어선다. 전력을 새롭게 '창조'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AI의 폭발적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이중 과제가 맞물리면서, 기존 화력·원자력 중심 체계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배경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청정에너지가 바로 핵융합, 즉 '인공태양'이다.
인공태양은 태양에서 빛과 열을 만들어내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로, 바닷물 속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핵분열과 달리 폐기물과 폭발 위험이 거의 없고, 탄소 배출도 없다. 연료가 사실상 무한하다는 점에서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인공태양은 20세기 전기혁명 이후 맞이할 새로운 에너지 혁명의 중심에 있다.
현재 프랑스 남부에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한국은 핵심 참여국으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K-STAR' 장치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세계 핵융합 기술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상용화까지는 추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AI 시대의 폭발적 전력 수요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현실적 필요는 인공태양 개발을 더 이상 '미래의 꿈'으로 미뤄둘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핵융합 전력 생산 실증을 목표로 기술 개발과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개발 사업이 아니라, AI가 주도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전략적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전력은 이제 단순한 산업 인프라가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디지털 문명의 '에너지 생명선'이다. 안정적 전력 공급이 없이는 AI의 학습, 예측, 창의적 기능 모두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확장한다면, 인공태양은 인간의 에너지를 확장한다. 두 기술이 결합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전남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설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오픈AI 데이터센터 설립과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가 추진되는 가운데, 인공태양과 같은 차세대 에너지원이 함께 구축된다면 전남은 글로벌 에너지·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해양 자원, 그리고 연구개발 역량이 결합된다면 전남은 'AI와 청정에너지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남이 인공태양과 AI를 중심으로 융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발전을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와 디지털 주권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AI 데이터 클러스터는 대한민국이 미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AI와 인공태양은 인류가 직면한 두 가지 거대한 도전, 지능의 확장과 에너지의 지속성에 대한 해답이다. 이제 전남이 이 두 혁신의 중심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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