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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일보·광주로 공동 심층기획
알바로 학비 벌고 스펙 쌓아도 현실은 '혐생'
경제적 문제로 광주에 남았더니 패배자 취급
경제력, 화목, 자아성취…행복이란 과연 뭘까
"그들만의 잣대 기득권들, 섣불리 평가 말라"
"너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삶에 희망이 안 보여요."
목포에서 나고 자라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시현(28·가명)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집안 형편을 극복하기 위해 이씨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왔다. '인서울'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지방 국립대를 갔다. 월세를 내려고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알바'(아르바이트)를 멈춘 적이 없다. '스펙'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장학생 등에게 보내주는 해외 인턴과 해외봉사 이력을 악착같이 따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 취업하면서 얼핏 '정상적 궤도'에 진입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혐생'(혐오스러운 인생의 줄임말로 매우 고단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었다.
경제적 문제로 광주에서 직장을 얻었지만 이따금 '패배자 취급'을 받는 것 같다. 광주의 어른들도 은연 중 '능력이 부족해 지역에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땐 속이 확 끓는다. '탈조선'이 아니라 '탈광주'가 목표가 됐다.
"그들이 보살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지역 청년'인데 무시하는 거 보면 위선적이죠. 돈 때문에 더이상 위축되고 싶지 않아 광주에 남아 있던 건데 그때 조금만 더 힘 내고 용기 내서 서울로 갔어야 했어요."
몇 년 사이 집값이 무섭게 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씨는 '늦게 태어난 게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를 투기 삼아 돈을 쓸어 담는 뉴스를 보면 화가 치밀다가도 '영끌'해도 부동산은 엄두도 못 낸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따금 '부모 찬스'로 집을 장만한 지인들의 이야기도 그저 남 얘기 같았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없으면 크게 사는 데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주변에서 코인으로 앉아서 돈을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당연히 거품이라고 생각했고 투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죠. 근데 거품이 꺼지기는커녕 다들 '돈 복사'(가상화폐로 돈 버는 것·반대는 돈 삭제)하는 데 성공하니깐 벼락거지 된 기분이었어요.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이씨는 몇 달 전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미래 가치가 있다는 코인에 투자했다. 처음엔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는가 하더니 최근 하락장에서 보기 좋게 반 토막 났다. 이씨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그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일뿐"이라고 말했다.
1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청년 사회·경제실태 조사(전국 18~35세 3천520명)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물은 결과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7.7%로 3년만에 7.6%p 증가했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3.7%로 3년 전보다 2.7%p 증가하는데 그쳤다. '행복한 삶을 위한 요건'에는 재산·경제력, 화목한 가정, 자아성취 등이 담겼다.
광주·전라·제주지역 청년들의 34.1%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보다 6.4%p 높은 수치로 전국 6대 권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0.4%에 그쳐 전국 평균보다 3.3%p 낮았다.
'행복한 삶'을 위해 청년들은 해외 이주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해외이주를 고려해 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19.8%가 '있다'고 답했다. 이중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26.5%로 가장 높았다.
행복의 요건을 묻는 질문에 이씨는 "월급으로 내집마련 정도는 할 수 있는 정도"라며 "지금은 집에 돈 있는 사람들 아니면 아파트를 살 수도 월급으로 여유 자산을 만들어내는 것도 힘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비해 내 능력으로 성공할 확률은 없는데 이미 사회적 부를 가지고 있는 기득권들이 우리들을 섣불리 평가하는 게 너무 싫다"면서 "그네들 자식들은 다 서울로 외국으로 공부시켜 보내고 나중에 집도 줄 텐데, 그런 부모가 없는 청년들을 적어도 그들 기준으로 평가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삼섭기자 seobi@srb.co.k·이예지·임장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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