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던 지명, 정체성 띈 이름으로 변경

입력 2020.08.13. 11:30 선정태 기자
화순 북면→백아면, 남면→사평면
이서면·동면은 주민 동의없어 무산

일제에 의해 100년 넘게 쓰여졌던 화순군 북면과 남면이 백아(白鵝)면과 사평(沙坪)면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특히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일제 강점기에 붙여진 일본식 행정 지역 명칭을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해 변경해 그 의미가 새롭다.

화순군은 북면을 백아면으로, 남면을 사평면으로 변경하고 내년부터 새 지명으로 사용키로 했다.

화순군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해당 지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찬반 의견조사 등을 진행한 후 전문 연구기관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주민 찬반 의견조사를 시행한 결과, 남면은 사평면, 북면은 백아면으로 변경하는 데 찬성했다. 군은 관련 조례의 개정안을 마련했고, 군의회도 개정안을 의결해 명칭 변경이 확정됐다.

일제 강점기인 1914년 한반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동복군을 폐지하고 화순군에 편입하면서 17개 면의 행정 구역 골격을 갖추게 됐고, 당시 동면과 북면 등은 지역 고유성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한 방위 구분에 따른 면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화순군은 지난 해 새로운 지명을 얻은 북면과 남면을 비롯해 이서면과 동면 등 4개 면에 대한 지명 변경을 추진했다.

남면이 새로 갖게 될 이름인 사평은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져 인지도가 높고, 북면의 새로운 이름인 백아는 화순의 대표 명산인 백아산에서 따왔다.

이서면 주민들은 '무등산면'을 선호했지만 지명에 유명한 산을 쓸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포기했다. 자칫 광주시나 담양군과의 분쟁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군은 대신 적벽면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또 동면은 천움면이나 오성면으로 변경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동의하는 주민들이 적어 지명을 변경하지 못했다.

화순군 관계자는 "동서남북 등 단순한 방향을 지명으로 쓰던 시기에서 벗어나 시 지명으로 역사성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군민의 자부심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이번에 바꾸지 못한 면은 다시 의견을 물어 변경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화순=추교윤기자 sh0434@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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