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 댄서의 선’ 작품 뒷 얘기
인공지능·게임엔진 등 활용 의미 설명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게임엔진으로 펼친 가상의 공간에서의 배달 라이더들의 삶을 담은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공개한 ACC 미래상 초대 선정자인 김아영 작가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대담회가 개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지난 9일 오후 3시 ACC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ACC 미래상' 첫 수상자이자 미디어아트 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김아영 작가의 전시와 연계한 '전시 대담'을 개최했다.
300여명이 들어설 수 있는 대담장은 시작 10여분 전부터 김 작가를 보기 위한 관객들로 발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당초 2시간을 예상했던 날 대담은 관객들의 질문세례와 호응이 높았던 작품 뒷 이야기로 30분 정도 늦춰지기도 했다.
대담에서는 김작가가 생성형 인공지능과 게임엔진 등을 활용해 제작, 지난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ACC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복합전시 1관에서 진행되는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의 제작 과정과 작품에 담긴 의미, 시간과 공간, 근대성 등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언어로 작품 세계를 구현한 김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김 작가와 함께 전시를 준비한 ACC 오혜미 학예연구사, 오래 전부터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알고 있는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의 김해주 선임 큐레이터 등이 대담자로 참여하며 심오한 작품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김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 텅빈 거리를 누비던 배달 라이더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실재하는 도로 위를 달리면서도 정신적으로는 네비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종속된 삶을 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전작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는 가상의 서울을,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에서는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 '노바리아'를 배경으로 배달 라이더들의 삶을 재해석했다.
그는 "달리는 장면을 구상할 때는 위상 수학에서의 '알렉산터의 뿔달린 구'라는 도형을 차용했다. 끝나지 않는 무한의 도형을 배달 라이더들이 무한히 달리는 도로 모형으로 구현했다. 작품 속의 다양한 장면을 구상할 때는 무용수들의 몸짓을 모션캡쳐하거나 AI로부터 쏟아지는 무수한 장면을 골라내는 작업, AI에서는 구현되지 않는 장면에 대해서는 게임엔진을 활용했다"며 "시간이 촉박해 밤샘 작업도 자주 했다. ACC 미래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것과 전작을 뛰어넘는,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다른 나라도 직접 가보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이 전시됐을 때는 '해냈다'는 마음에 안도감이 컸다"고 전했다.
오혜미 큐레이터는 "김 작가를 오래 알았는데 10여년 전의 관심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북극성' 작품에서도 별자리의 관계를 구성했던 평면작업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도 해시계와 별자리를 차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사운드와 평면, 영상으로 시간을 재구성한 이번 작품을 보니 과거 김 작가의 작품이 하나씩 떠올랐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작가는 ACC 미래상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ACC 미래상은 혁신적인 미래 가치를 가능성을 확장시킨 창조적인 예술 언어 생산자를 발굴하고자 제정됐다. ACC는 격년제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한편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는 가상의 공간 '노바리아'에서 배달기사로 만난 두 주인공이 소멸된 시간관을 담은 유물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겪는 새간의 충돌을 과감하고 새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해당 전시는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장 클라우스 비센바흐, 영국 미술평론가 루이자 벅, 도쿄 모리미술관장 마미 카타오카 등으로부터 꼭 봐야할 전시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3일 기준 4만 8천500여명의 시민이 관람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오장군의 발톱' 극작가 고 '박조열' 조명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 자료. ACC 제공'오장군의 발톱'으로 유명한 극작가 '고 박조열(1930~2016)'을 조명한 아카이브 전시가 개막한다.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오는 11일 '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전시를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5년 고 박조열 작가가 ACC에 기증한 기록물로 구성되며, '오장군의 발톱'과 '토끼와 포수' 등 희곡 초고를 비롯한 각종 저술과 다수의 공연 기록물로, 오는 2025년 3월 23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 자료. ACC 제공함경남도 함주군 출신인 박조열 작가는 흥남 철수 작전 때 월남해 13년 간 군인으로 복무하고 예편 이후에는 극작가로 활동했다.박 작가의 대표 희곡 '오장군의 발톱(1974년)'에는 6·25전쟁과 남북 이산가족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담겨있다. 냉전 체제의 심화와 반공 이념이 강조된 시기에 전쟁과 군대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한국전쟁 당시 최전방에서 복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혈육,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담고 있는 극이다.'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 자료. ACC 제공'오장군의 발톱'은 평화로운 시골에서 농사밖에 모르던 오장군이 군대에 징집되면서 그와 가정의 비극이 시작된다. 그에게 배달된 영장은 다른 이에게 배달됐어야 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모와 꽃분이가 행정관청을 찾아다니며 그의 귀가를 요청하지만 관료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그는 전방에 배치되버리고 이기는 것만이 목표인 전쟁과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군대가 그를 죽음으로 이끌어간다는 내용이다.'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 자료. ACC 제공이 극은 세상에 공개되자마자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됐다. 집필 다음 해인 1975년 극단 자유극장의 초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검열기구의 '공연 불가 판정'을 받았다. 14년 후인 1988년, '오장군의 발톱'은 극단 미추에 의해 초연됐다. 해당 공연은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과 작품상, 연출상, 희곡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 자료. ACC 제공특히 박 작가는 지방 연극제의 도입, 한일 간 연극 교류, 창작극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연극 대본 사전 규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 운동을 주도해 연극계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이번 ACC 전시에서는 박조열의 삶과 그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을 집중 조명함과 동시에 1960~1970년대 공연계의 상황과 이에 대응한 박조열의 활동을 소장 기록물로 살펴볼 수 있다.'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 자료. ACC 제공전시는 국립극단과 아르코예술기록원 등 공연문화예술아카이브 네트워크 협의체(K-PAAN)의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아르코예술기록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당시 검열기구에 접수된 '오장군의 발톱' 심의 대본과 구술 기록물을 제공했다.국립극단은 전시 개막일인 오는 11일 ACC 극장3에서 '오장군의 발톱' 낭독회 공연(신재훈 연출·이승호 음악)도 준비했다. 낭독 공연 예매는 오는 3일부터 ACC 누리집에서 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현장에서도 예매할 수 있다.'박조열과 오장군의 발톱' 아카이브 전시 자료. ACC 제공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소장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외부 기관과 협력으로 이뤄진 뜻깊은 전시"라며 "전시와 낭독 공연을 통해 작가 박조열 선생의 삶과 그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고 밝혔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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