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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도시 맞나요? 도서관 많아도 시민들은 '글쎄'

입력 2024.12.03. 11:20 이삼섭 기자
■책 읽는 도시의 꿈, 공공도서관 혁신부터
(1)인프라 현황과 이용실태
인구 대비 시설 많고 접근성도 상대적 '우수
'1인당 장서 대출 수 특·광역시 중 꼴찌 수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따라가지 못한다"
광주 사직도서관 전경. /광주시

광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문학의 도시'라는 명예를 안았습니다. 지역 각계에서는 노벨상이라는 명예에 걸맞은 '책 읽는 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실현할 기반인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은 시민들의 변화된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광주가 진정한 '책 읽는 도시'로 자리잡기 위한 현실적 과제와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광주가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됐다.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과 같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수가 많고 접근성 또한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급격히 위축된 공공도서관 이용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변화된 공공도서관 이용 행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도서관 인프라는 '상위권'

2일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 수는 1천271관이다. 경기도가 319관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서울시(207관), 경남도(79관), 전남도(74관) 순이다.

광주는 30관으로, 인구가 3만여가량 더 많은 대전(26관)보다도 4관이 더 많았다. 특히 지난 2018년 23관에서 5년 만에 7관이 늘어났다. 지자체별로는 동구 5관, 서구 6관, 남구 6관, 북구 7관, 광산구 6관이다.

실제 지자체별 공공도서관 1관당 인구 수를 보면, 2023년 기준 전국 평균은 4만382명이다. 광주는 4만7천308명이다. 7대 특·광역시 중에서는 서울(4만7천379명) 다음으로 낮다. 인구로 따져봤을 때 도서관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다. 광주는 2018년 1관당 6만3천449명이었다는 점에서 공공도서관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광주의 공공도서관 예산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2022년 광주 공공도서관 총 결산액은 422억4천400만원이었다. 울산(234억8천100만원)이나 대전(280억9천900만원)은 물론 대구(410억원)보다도 많았다. 공공도서관 1관당 결산액은 15억6천500만원으로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공도서관 1관당 인건비를 살펴보면 광주는 8억3천900만원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두번째로 높은 대전(6억8천100만원)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만큼 많은 직원들이 쾌적한 도서관 이용을 돕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광주 인구 1인당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도 2만3천원으로,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부산(2만4천원) 다음으로 높았다.

◆도서관 이용 실적은 전국 최하위

공공도서관 인프라는 다른 지자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공공도서관 이용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기준 광주지역 공공도서관 1관당 대출도서 수는 10만3천991권으로, 전국 평균인 10만9천637권에도 미치지 못했다. 도·농지역인 광역도를 제외한 특·광역시와 비교하면 실적이 더 참담하다.

1관당 대출도서 수가 가장 많은 대전(15만5천134명)에 비하면 70% 수준에 그친다. 부산은 15만2천12권, 대구 14만4천575권, 울산 13만3천513권, 서울 12만2천766권 순으로 대출도서 수가 많았다.

또 광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광주시 문화기반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평균 접근성 또한 2.3㎞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서울(1.04㎞) 다음으로 우수했다.

그럼에도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 대출 수는 1.9회에 불과했다.

서울(4.6회)은 물론 세종(5.5회), 대전(2.8회), 대구(2.6회), 울산(2.4회), 부산(2.2회), 인천(2.0회) 등 다른 특·광역시와 비교했을 때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민들이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서관 이용 행태는 변화하는데 정작 공공도서관의 공간은 20~30년 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지어지는 도서관이 단순 도서 대여를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또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는 "도서관의 개념이 문화공간으로 바꼈다. 문화공간이라는 것은 이야기하거나 때로는 떠들고, 놀이터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20년, 30년 전 공간을 그대로 두고 시민들이 안 온다라고 하면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간 자체가 어떤 문화적 연출을 할 수 있도록 공공도서관이 변해야 한다"며 "광주의 대표 도서관(사직·무등·산수 등)들은 너무 엄숙하고 독서실처럼 돼 있는데, 문화공간처럼 자유롭게 들어가서 놀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 또한 "옛날에는 자료 중심으로 도서 대출이 많았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처럼 도서관에서 휴식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스터디, 문화 행사를 많이 하는 식으로 이용 행태가 크게 변했다"면서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평등하게 정보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이 가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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