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일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86일간 개최됐던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막을 내린다. 필자는 전시회의 많은 작품 중 지구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를 표현한 '맥스후퍼 슈나이더' 작가의 작품과 각종 폐기물을 이용한 '피터 부겐후트' 작가의 조각 설치작품에 특히 눈길이 갔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는 모든 국민, 아니 전 인류의 관심사이지만 환경기초시설을 운영하는 공기업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 울림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공간'의 이야기들을 '소리' 형식으로 구현한다는 비엔날레의 주제처럼, 이 작품들은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닌 분명 신음하는 지구 위기를 경고하는 '진혼곡' 같은 울림이었다. 이런 신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이 미흡하다.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파리 협정을 탈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학자들은 더 강도 높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에너지, 식량, 경제, 재난 등 모든 분야가 상호 연계된 '강력한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뀌는 것이 예정된 수순인 지금 이러한 변화에 맞서기 위한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지역의 기후위기 컨트롤 타워는 광주광역시장이다. 강기정 시장은 지난 8월 동구를 시작으로 각 구별 자원순환 리더들과 함께 '재활용 업(UP), 쓰레기 다운(DOWN) 광주'를 위한 찾아가는 순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자원순환 정책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다양한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는데, 이 자리에서 자원순환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도출됐다. 또한 자원순환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에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하며 자원순환도시 실현에 뜻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강 시장은 기후위기에 맞서 새로운 혁명의 길을 나서겠다는 의지로 지난 6월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이 중심이 되는 '대·자·보 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이 도시 내 승용차 이용을 증가시켰다면, 앞으로는 대중교통의 정시성, 신속성, 편리성을 높여 승용차보다 빠르고 편리한 교통환경을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광천권역을 선도적 시범모델로 삼아 '대·자·보 도시' 효과를 검증하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일상생활과 함께 '대·자·보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 정책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광주는 정부보다 5년 빠른 2045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한 만큼 이를 이루기 위한 실천이 절실하다. 곧 닥쳐올 기후위기에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대·자·보 도시'는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모델이자 지금 당장 실현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김병수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 [기고] 아! 호남이여, 슬픔을 딛고 내일을 생각하자 아! 호남이여, 슬픔을 딛고 내일을 생각하자제주항공 참사를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목포 북항에 녹슨 모습을 드러낸 채 수년간 방치된 세월호의 선체 모습이었다. 흉물과 같은 바다위의 세월호 선체는 국가가, 사회가, 학교가 선량한 서민과 우리 아이들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한다는 암담한 현실을 웅변하는 하나의 아이콘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팽목항에서 불과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무안에서 벌어진 항공기 참사. 국가적인 재난이 갖는 장소의 동일성. 배가 침몰하고 항공기가 추락한 그곳이 풍광 좋은 서남해안의 끝 자락이라니 말문이 막혔다. 광주·전남 분들이 느꼈을 상실감과 비통함, 슬픔의 바다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을 그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숱한 정치인들이 무안공항을 찾았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고대책본부를 찾고 있지만 누구도 무안공항의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다. 경황이 없는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참사의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공항의 내일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그런 충격의 틈을 비집고 "무안 공항 활주로가 짧다", "콘크리벽을 설치하느라 사고가 났다", "조류 철새 때문에 늘 위험했다"와 같은 무안공항 혐오론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한 매체는 사실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고추 말리는 공항"과 같은 다분히 지역폄하와 정치논리에 기반한 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대한 목포MBC의 논리정연한 반박 보도를 보면서 지역민들의 위기감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무엇보다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일이 우선이다. 진실 앞에서 우리는 겸허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국민적 노력에 나서야 한다. 비행기 전수 조사를 실시해서 추가 사고를 막는 것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둘째는 유족들에 대한 보상과 희생자 가족, 지역 주민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스래드법 처럼 합리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고 트라우마 치유 지원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 10명중 8명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세월호, 이태원참사 등 사고가 생길 때 마다 지원 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미국 처럼 한번에 전체가 지원 되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차제에 무안공항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국제공항으로 육성하고 이를 위해 광주공항과 무안공항 통합을 조기에 이루어내야 한다. 광주 공항 이전 계획을 더 이상 미룰수 없다. 지역민들이 공항 이전 문제로 너무도 오랫동안 상처를 받고 있다. 대구공항은 군위로 이전 하면서 수조 원의 국가 예산 지원을 받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 관련 지자체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정부까지 포함해 광주시·전남도가 머리를 맞대고 광주공항 이전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 광주 공항이 떠난 자리에 국가적인 첨단 기업도시나 대기업을 유치하여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공항이 떠난 후(광주), 공항이 통합되면(무안) 더 큰 이익이 온다는 희망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역민들에 제시하고 설득하기 바란다. 아픔과 상처가 가득한 무안공항을 제대로 살리겠다는 비상한 각오와 추진력, 리더십이 요구된다.이를 위해서는 서울, 인천, 부산, 대구, 청주공항에 이어 광주·전남의 관문 공항은 어디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공항은 이제 단순한 공항에 그치지 않는다. 물류, 도시, 관광을 융합한 복합적인 마스터플랜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수백만평에 달하는 공항 인근의 F1 경기장과 솔라시도 기업도시까지 연계해 서남해안권 전반을 새롭게 설계하고 에너지와 물류, 첨단산업을 접목시켜야 한다. 광주에서 무안공항까지 거대한 물류 고속도로를 만들어 첨단 산업이 자유롭게 오가는 동아시아 물류의 거점, 새로운 경제엔진으로 재탄생시키는 비전이 필요하다.때마침 무안공항 KTX역이 올해 준공될 예정이다. 공항에 철도가 연결되는 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이다. 접근성이 좋아지고 바다 항만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김영록 전남지사님의 권유로 전남도의 정책 고문으로 활동하며 서울과 목포간 철도 시간을 줄이고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광주·전남의 관문공항은 어디이고, 광주 공항 자리에는 무슨 도시를 만들고, 무안공항 주변에 대규모로 조성된 1000만평 가까운 땅에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도시를 계획해야 한다. 아픔과 시련이 많은 호남이 아니라, 민주화도, 경제도, 문화도, 공항도 역시 호남이란 말이 저절로 나오는 세상이 됐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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