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교류를 위한 고민이
가시지 않는 갈증처럼 찾아온 새해
뒷산에 쌓인 눈 무덤이
쏟아지는 빛에 허물어지면
우리의 관계도 그렇게 녹아 흐를까
오물을 덮은 땅 위에
그윽한 향기가 머물 리 없고
부끄럼을 가리려는 마음속에
진실의 창이 열릴 리 없지
맞은편에서 건너오는 청년들아!
미래를 위해 과거를 비추는 빛에도
눈 맞추지 않으련
맞은편으로 건너가는 청년들아!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어두운 역사도 들려주지 않으련
행정이라는 자가 돌변해
사법 판결을 뒤엎고
군을 동원해 입법부까지 쳐들어간
부끄러운 얘기까지
가슴 아픈 속사정을 알면 알수록
우정은 깊어지고
상처를 보듬으면 보듬을수록
오해는 사라질 터
이쪽에서 크게 소리치지만
그쪽에서 돌아오지 않는 건
서로 터놓음이 모자라기 때문 아니더냐
하시마섬의 잔해가
사도섬까지 떠밀려 간 건
파도의 사연을 주고받지 않았기 때문 아니더냐
위선이 진실을 가리고
양심의 목을 비틀어 조이는
우울한 시대
우리 손잡고
빛이 비치는 눈길이라도 밟으며
뜨거운 가슴으로 소주잔이라도 기울여보자!
한해가 열리는 새벽길에 서서
해협에 가로놓인 장벽이라도 두드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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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응원봉, 광주를 만나다' '응원봉, 광주를 만나다'오는 2월 15일 노회찬 재단에서 광주를 방문한다. '응원봉, 광주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모인 서울 등 전국의 젊은이들이 광주에 와 망월동 국립묘지와 5·18민주광장 일대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들은 최근 내란사태에서 꾸준히 집회에 나갔던 젊은이들이다.황광우 작가는 서울의 젊은이들에게 오월 특강을 할 예정이다. 15일 오후 6시에 '아트 스페이스 흥학관'에서 두 시간 동안 함께 대화를 나눈다. 2024년 여의도 광장에서 응원봉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음식을 나누고, 눈 오는 날 밤샘 시위에서 핫팩을 건넨 일련의 공동체 문화는 1980년 광주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황 작가는 늘 강조한다.1980년 5월, 이곳 광주에서는 총을 맞고 쓰러져 죽어가는 이웃들을 위해 피를 함께 나누는 헌혈의 대열이 줄을 이었다. 여고생 박금희는 헌혈하고 나오다가 계엄군의 총을 맞고 죽었다. 아주머니들은 밤을 새워 시위하는 젊은이들에게 주먹밥과 음료수를 주었다. 헝클어진 머리, 며칠째 밥도 먹지 못하고 다니는 시위대와 시민들 사이에 끈끈한 공동체가 형성되었다.합법적인 쿠테타는 없다. 계엄령의 발포로 시작되는 정변은 모두가 불법이다.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전복하는 계엄령은 모두가 불법 쿠테타이다. 국회에 공수부대를 투입시킨 자가 이제 와 의원들을 체포할 의사가 없었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범죄자의 비겁한 자기변명일 뿐이다.전두환은 죽기까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이 중요하다. 그랬기 때문에 2024년 내란사태가 재연된 것이다. 죽기 전 쓴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발포는 정당방어였다고 그는 말했다. "생명이 위험하다고 생각되었을 때 지휘관이 실탄을 분배해주면 현장의 사정에 따라 자기방어를 위해 발포가 이루어진다."(421쪽) 보자.말을 듣지 못하는 벙어리 김경철 씨가 "어버버버"하는데 공수대원은 이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서 몽둥이로 때려죽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당방어인가?헌책방에서 책을 사고 나오는 중학생 박기현이가 위협적인 적군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당방어로 때려죽였다는 것이다.도청 앞에서 쓰러진 젊은이들을 부축하러 나선 이들도 적군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당방어로 또 쏘았던가?기독병원에서 헌혈하고 나온 박금희가 탄 헌혈 차에는 적십자 표시가 붙어 있었다. 헌혈 차량도 적군의 수송차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당방어로 쏘았던가?전대 앞 골목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서성이던 임신한 여인 최미애 씨가 위협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살하였던가? 그것도 정당방어인가?마을 야산에서 놀던 초등학교 아이가 무서웠던 모양이다. 도망을 치다 신발을 주우려고 되돌아서는 전재서가 그렇게 위협적이어서 사격하였던가? 그것도 정당방어인가?총소리가 무서워 냇가로 숨은 여중생 김명숙이 위협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조준하였다. 그것도 정당방어인가?도청을 지키던 고교생들, 문재학과 안종필, 그들이 입고 있던 교련복이 무시무시한 군복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것도 정당방어인가?역사는 반복된다. 반성하지 않는 범죄 행위, 단죄하지 않는 범죄 행위는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반복된다.오월 광주는 아직도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행불자로 신고된 시민이 400여 명인데 그중 70여 명이 행불자로 인정되었고, 나머지 330여 명이 판정조차 받지 못한 채 45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1980년 5월 21일 새벽, 광주역 앞에서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민들은 시신을 수레에 싣고 태극기로 덮어 도청 앞으로 운구하였다. 모두가 통곡하였다. 시위의 맨 앞장에 선 전옥주 씨는 "계엄군 아저씨, 같은 국민을 이렇게 죽여도 됩니까?"라며 항의하였다. 계엄군의 철수를 요구한 광주시민에게 전두환이 내린 답변은 집단 발포였다. 그런데 그 아수라장에서 두 구의 시신이 사라졌다. 아직도 시신의 주인공은 행불자의 명단에도 없다.이조훈 감독은 영화 광주의 진실을 추적하여 '송암동'을 제작하였다. 1980년 5월 24일 송암동에서 죽은 희생자는 여덟 명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 '송암동'에서는 마을 주민들을 처형하는 뒷산에서 스무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헬리콥터에 실려 간 시신들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른 채 45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이러한 광주의 아픔과 함께 1980년 5월, 도청을 지킨 교교생들의 이야기, 도청의 최후를 지키겠다 선서한 기동타격대 대원들의 이야기를 황 작가는 들려줄 예정이다. 덧붙여 300인의 시민군의 육성을 담은 책 '시민군'을 광주를 탐방하는 젊은이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다음은 광주 방문을 신청한 참여자들의 소감이다.만화 같은 현실에서,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환기하고자 합니다. (최*민)윤정권 비상계엄 선포를 보고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허*욱)광주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이*자)초등학생인 딸 아이와 함께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습니다. (성*원)민주주주의 현장 광주를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한*롬)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광주를 꼭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허*영)가슴 아픈 5·18의 현장 광주에 갈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주)그날의 현장을 방문하며 희생자들의 헌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합니다. (박*솔)수업으로만 들었던 곳에 직접 가 역사의 현장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오*원)광주에 빚이 있습니다.(강*수)***작가 황광우씨는 현재 '사단법인 인문연구원 동고송'의 상임이사를 맡고 인문정신과 광주정신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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