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코로나 19의 시간, 겸허히 배우는 시간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0.04.06. 11:29

2020년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80일 가까이 흘렀다. 지난 2월 중순 31번째 코로나 19 환자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확진자의 수도 최근 며칠 동안 하루 두 자리로 줄어들면서 일단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정부가 4월 5일까지 시행하기로 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4월 19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은 상당히 힘든 인내와 고통분담의 시간이 될 것이지만, 감당할 수 없는 혼란보다는 모두의 안전이 중요하기에 최대한 동참해야 할 것이다.

80일 가까이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참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 동안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소소한 모든 것들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 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언젠가는 분명 다시 자연스럽게 누릴 날이 오겠지만, 코로나 19를 극복해 가는 시간 동안 그 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배워가고 있는 것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보고 싶은 아이들

온라인 개학이 현실이 되면서 원격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던 중 지난 금요일 학생들과 모의 수업을 진행해 보았다. 갑작스러운 접속자 증가로 인터넷이 과부하 되지 않는지, 학습하는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한 사전 모의 수업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된 영상과 학습지를 보고 학생들이 답변한 내용을 확인해 보는데, 목소리로 직접 전달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글로라도 만날 수 있음에 어찌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새 학기가 되어 얼굴 한 번 보지 못 했던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더 열심히 뛰는 교사들

휴업이 장기화 되고, 온라인 개학이 되면서 정상적인 등교가 어려워진 이때 교사들은 매일 전화나 문자, 각종 SNS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학습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면서 혹시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아픈 학생들은 각별히 신경을 써서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어떤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담임인데,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학생이 무언가 문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감지하고는 가정방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단순히 빈 교실만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돌보려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너무도 존경스러웠고, 얼마나 내가 나태했는지 스스로를 부끄럽게 돌아보았다.


◇기록과 기억, 그리고 성찰

얼마 전 소설 '페스트'를 읽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 앞에 무참히 무너져 내리는 인간들의 군상들을 살펴보며, 지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의사 리유는, 입 다물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 페스트에 희생된 그 사람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 위하여, 아니 적어도 그들에게 가해진 불의와 폭력에 대해 추억만이라도 남겨 놓기 위하여, 그리고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운 것만이라도, 즉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는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해 두기 위하여, 지금 여기서 끝맺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쓸 결심을 했다.' 주인공이자 소설의 서술자인 베르나르 리유는 페스트가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거의 사라질 때까지 1년 동안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고 방역의 일선에 나선 의사였다. 그가 보고 듣고 겪은 모든 일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페스트가 인간들에게 남긴 상처와 극복의 노력을 증언하려 한다. 우리에게도 코로나 19를 겪는 과정은 아프고 쓰라린 상처이지만 이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를 위해, 인류의 생존을 위해 기록하고 기억하며 성찰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세계인 모두가 매우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는 배움의 과정 속에서 더욱 성숙해지고 단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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