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정시 확대에 대한 반론

@정화희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입력 2020.10.19. 13:50

수학능력시험 44일 전이다. 12월 3일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지혜를 모아 잘 치러낼 일이다. 최근 교육부 국정감사를 통하여 학벌 대물림이 회자되고 있다. 속칭 SKY 대학 신입생 중 소득구간 9, 10 구간이 55.1%를 차지했다. 9구간 월 소득 인정액은 월 949만원 이상이다. 그것은 전국 로스쿨도 만찬가지다.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51.4%가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그대로 대물림되어 어떤 형태의 입시가 되든 기득권을 공고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말이다. 대학입시 정시와 수시의 비율도 마찬가지다. 맞춤형 입시 준비가 가능한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입시제도의 대폭 손질이 없는 한 황금비율은 요원하다.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전형이 더 유리할까? 일면 수학능력시험을 통한 정시 전형이 더 유리해 보인다. 정량적 평가이니 그 외 고려할 지표는 없다.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본인만 열심히 하면 좋은 점수를 얻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과연 그럴까? 2016년 3월 발표된 '대학입학전형 선발 결정요인 분석'(고려대 이기혜 / 최윤진)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수준 등 배경이 좋을수록 수시보다 정시를 통해 진학한 학생이 많았다. 특목고 출신 학생의 정시 진학률은 7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사회학' 2019년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 사회적 계층 수준에 따른 대학 입시제도 인식 분석'(교원대 문정주/최율)에서 사회적 상층일수록 학생부종합전형보다 정시전형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나 학종을 '금수저 전형'으로 치부하는 비판적 담론과 배치된다고 분석하였다.

2019년 11월 교육부가 13개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들 대학에서 지난 4년 간 소득 8분위(평균소득 월 468만원)이하만 받을 수 있는 국가장학금Ⅰ 유형 수혜자 비율이 학종 입학생은 35.1%였지만 수능 입학생은 25%이다. 또한 입학생의 지역별 현황을 보면 서울 지역 고교 출신 중 수능은 37.8%, 학종은 27.4%인 반면 읍면 소재 고교 출신 학생 비중은 학종이 15%, 수능은 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들은 학종 입학생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이 많았으며 서울 지역 학생은 수능으로, 읍면 지역 학생은 학종으로 입학하는 비율이 높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결국 공정성은 점수 선발이 아니라 그 점수에 도달하게 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라는 관점에서 이제 살펴볼 때가 되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을 통한 수학능력시험 준비는 최고의 입시 교과 전문가들을 통한 개인 지도와 정보 수집 등 훨씬 직접적이다. 학교 생활이 배제된 점수 중심 정시 전형은 선발효과를 누리고 있는 특목고, 자사고 등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만약 학종의 폐해가 있다면 공정성 강화 장치를 만들면 되는 것이지 본질마저 해칠 일은 아니다. 교각살우이다.

수험생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위권 고등학생들은 수시전형을 통해서나마 소외되었던 교실에서 활동학습에 참여하여 자기를 표현하고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 그리고 교사들은 그 동안 교육과정의 다양화에 노력해 왔다. 정시전형의 강화는 다시 전통적인 교실로 회귀하고 점수만 남게 될 것이다. 또한 정시 확대는 고3보다는 재수생이 유리해 질 가능성이 더 크다. 재수에도 많은 경제력이 수반된다. 다양한 학교생활 활동보다는 공부만 집중하는 편이 점수 획득에 훨씬 유리하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고교학점제와도 배치된다. 다양성 교육은 사라지고 수능 교과만 남게 될 것이다.

최근 여러 입시제도의 변화와 공정성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속살을 보지 못하고 여론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어느 전형 제도가 우리 지역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인지 살펴 볼 일이다. 정화희(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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