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마스크와 아이들

@이운규 신용중 교사 입력 2020.11.09. 09:40

지난번 글에서 나는 교육과 수업은 학생들과 교사들, 학생들과 학생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말하였다. 그리고 코로나-19를 만나 이러한 상호작용이 잘 안 되고 있는 학교 현장의 사정도 전하였다. 특히 마스크 착용 때문에 자신이 맡고 있는 반 학생들의 얼굴도 아직 모르는 교사가 있다는 말도 하였다.

내가 바로 그런 교사이다. 학기 말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나는 몇몇 아이들의 얼굴 모습을 모르고 있다. 물론 마스크를 쓴 얼굴 모습은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쩌다 마스크를 벗은 채 점심을 먹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게 되면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스크를 쓴 상태의 사람 얼굴 모습은 실제 얼굴 모습과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나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담임으로서, 자기 반 아이들의 얼굴 모습도 모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나도 나름의 노력을 하였다. 학기 초 조회와 종례 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각자 한 사람 씩 마스크를 벗게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유심히 아이들의 얼굴을 살피고자 하였다. 또 한명 한명 사진을 찍어서 내 휴대폰에 저장시켜놓고 그 얼굴 모습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였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사정과 설득 끝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래도 단 한 번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은 끝까지 마스크 벗는 것을 거부하였다. 마스크를 강제로 벗길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결국 나는 그 아이들의 얼굴 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마스크를 벗은 그 아이들의 온전한 실제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 내가 가르친 1학년 한 여학생은 거의 마스크를 쓴 채 학교 생활을 하였다. 수업에 들어오는 교과 교사들이 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졌고, 그 담임 교사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 학생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물론 그 학생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생활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자신의 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학급마다 봄이나 가을에 소풍을 갔다. 그리고 소풍을 마무리하면서 보통 학급 단체 기념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이 사진 촬영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겨우 설득하여 사진을 찍게 되는 경우에도, 찰칵! 하고 셔터가 눌러지는 순간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얼굴을 다른 친구 어깨 사이로 숨기거나 고개를 돌려 얼굴이 안 보이게 한다.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단체 사진 찍기를 포기한다.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는 다음과 같다. 아이들과 디지털 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토론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수업하자는 취지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인데, 정작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면 그 수업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제발 얼굴 모습을 보이라는 나의 호소에 어떤 아이들은 말한다.

"마스크 쓰고 하면 안 되나요?"

어떤 반은 단 한 명의 남학생만이 처음부터 자신의 얼굴을 보이면서 수업에 임했다. 이 학생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영상에 보였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자신의 얼굴 영상을 켜지 않았다. 결국 그 남학생도 도중에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 영상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 남학생은 러시아에서 유학 온 러시아 아이였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얼굴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하도록 만든 것일까? 남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한 청소년기의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낀다. 이운규 신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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