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경계에 선 아이들

@조선중 월곡중학교 교사 입력 2022.09.06. 14:12

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수업중인 선생님 뒤에서 휴대전화로 장난을 친 학생의 영상이 SNS에 공유되며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다. 아직 휴대폰으로 실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조사 중이라지만 영상의 행위 자체만을 보더라도 명백한 교권침해이며, 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격이 없이 지내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며 교사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학생을 두둔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실제 교실에는 다양한 맥락이 존재한다. 그래서 단순히 교권침해다 아니다는 판단은 보통 개인이 내리기가 쉽지 않다. 오로지 주어진 영상, 기사 등의 자료만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교권의 추락', '교실의 민낯', '요즘 학생 수준' 등등 교사, 학생, 학교 현장 모두를 탓하는 추가적인 뉴스가 봇물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곳에 달린 댓글들도 교사의 교실 장악력에 의문을 품거나, 도를 넘는 학생의 행실을 지적하거나 혹은 강력한 법과 제도 등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내용이지만 결국 대중의 혐오심리를 자극하여 공감을 받으려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모두들 나름 일리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 내용을 받아 다양한 면에서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런 사진과 영상은 생각보다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이번 영상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각화된 자료는 소수의 이야기를 순식간에 전체의 이야기로 일반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촉법 소년, 중2병, 폭주하는 아이들. 과연 모두가 그럴까? 그리고 이 모든 게 정말 단지 교권의 추락 때문 만일까? 혁신교육과 학생인권의 보장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교권과 학생인권은 정말 그렇게 상충되는 개념인가? 강력한 제재만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전 국민의 법 감정 역시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아이들의 비행이 사회의 책임도 있으니 처벌보다는 사랑으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비행의 동기를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것 말이다. 개인은 사회 탓, 사회는 미약한 법 탓, 법은 입법부나 정치 탓, 학교는 부모 탓, 부모는 학교 탓. 결국 모두가 문제가 된다. 궤변일 수 있지만 모두의 잘못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까지 읽다보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답답할지도 모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하게 선 위에 있으면 언제나 그렇다.

사제관계를 비롯해서 각종 인간관계에서 벽은 허물되 선은 넘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들 한다. 서로의 마음은 열어두되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는 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 선은 누가 만든 것이며, 누구의 의도로 결정되는 것인지, 넘어가면 진정 곤란한 것인지, 과연 정답이라는 게 있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현 정부 교육부가 아직 수장도 정하지 못했는데 누구의,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민주시민교육과'를 폐지하고, '인성체육예술교육과'로의 흡수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업무는 동일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민주시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퇴색되고, 또다시 인성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선'을 그어놓고 그 테두리 안에서 의도적인 교육을 강요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자폐에도 그만큼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고, 구분하기도 힘들어 스펙트럼이라 범주화 한 듯하다. 주인공은 그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경우라고 한다. 실제로 한 나라 안에서도 사람들의 생각, 유형 그리고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도 매우 다양하다. 학교도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래서 각종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빨리 이루어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사 한사람이 더 이상 감당해 낼 수가 없다. 이러한 갈등은 대화와 타협, 토론과 설득으로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공동체로서의 연대의식을 가진 민주시민의 다양한 힘만이 해결해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로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후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품격 있는 토론 없이, 당리당략적이고 말뿐인 정치인들과 그 모습을 망발로 품평하는 일부 극단적인 유튜버들. 그들의 자극적인 멘트와 영상을 보며 정치를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학생들. 중진국과 선진국의 경계에 선 우리나라. 우리 모두 그 어떤 경계에 서 있다. 이제는 따라가는 국가에서 선도하는 국가로서, 정치도, 교육도 변해야 할 때인 듯하다. '경계'를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 논 '경계'로 보지 말고, 뛰어넘으면 좋을 '한계'쯤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어쩌면 인류의 역사와 인권의 범위가 이렇게 선을 넘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변해오질 않았을까? 우리 시대의 선은 과연 어디쯤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조선중 월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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