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학생들의 품에 따뜻한 희망을 돌려놓기를

@백성동 광주극락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2.12.13. 15:14

조심스럽게 실내 마스크 해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야외에서는 연말 공연이나 콘서트, 야외 월드컵 응원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학교 현장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이들의 얼굴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표정과 입 모양을 보면서 수업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간에 학교에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와 만남의 장을 더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동안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희망교실' 이라는 만남의 수단이 있었다. 선생님들은 희망교실 예산을 활용해서 학생들과 학교 밖의 체험도 할 수 있었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었다. 가끔은 보이지 않게 아이들에게 옷도 한 벌 입혀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 반영되었던 이 예산이 2023년도에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공정한 교육,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방향에 따라서 희망교실 예산이 운영되지 않게 되었다. 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어려운 학생이라는 '낙인'과 '맞벌이 가정 학생 소외', '교사 편애' 라는 문제점이 노출되었다"며 "모든 학생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복지 예산으로 돌렸다." 고 한다. 이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어떤 교사가 학생들과 희망교실 예산을 이용해서 학교 밖에서 시간을 보낼 때, 해당 학생이 어려운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히도록 할까? 진정으로 학생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희망교실을 신청한 교사들이라면 낙인 효과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사용했던 희망교실 영수증을 정리했을 때, 멘티 학생뿐만 아니라, 함께한 학생들의 이름도 적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희망교실을 통해 대상 학생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골고루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동안 필자도 이런 방법을 이용해서 많은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왔고, 심지어 '희망스쿨데이'를 운영할 때는 시내버스를 타고 반 전체 학생들과 시내 버스를 이용해서 야구장에 간 경험도 있다.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이 필자와 비슷하게 희망교실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는 교사·학생들에게 98점 이상의 만족도 점수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그 동안의 희망교실 사업이 선별적 복지사업이 아닌, 보편적 복지사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희망교실 사업 예산은 30억원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광주광역시교육청은 614억에 가까운 예산을 스마트기기 구입 예산으로 편성했다. 올해 8월 연재했던 교단칼럼에서 필자는 많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생각을 적었었다. 이대로 둔다면 2023년, 선생님과 학생들이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는 축소되고 스마트 기기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울 것이다. 어쩌면 그 스마트 기기들은 나온지 꽤 된 상품의 재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주어야 하는 것은 태블릿이나 노트북 한 대가 아니라,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맛있는 음식, 보다 더 많은 체험이 아닐까?

백성동 극락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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