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학교는 새 학기 준비기간이다. 교육청에서도 미리 올해 새롭게 개설된 사업과 폐지된 사업을 각 학교에 공문으로 알린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호응이 좋고, 교육적으로도 가장 의미있는 사업들이 의견수렴도 없이 폐지된 것이다.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희망교실 사업이 폐지되었고, 교사들의 연구와 과목, 학교급간 융합을 하게 해주었던 수업나눔동아리도 폐지되었다. 그리고 '정규교육과정 외 교육활동 계획'까지도 폐지되었다.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은 교육과정에 의하여 운영되는 학교 수업 및 행사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학기 중 학교수업 1교시~7교시까지의 정규 수업이 정규교육과정이다. 그 외에 방과후수업(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은 정규 교육과정 외 활동이다. 그리고 방학중에 실시되는 활동도 정규외 교육과정에 해당한다. 즉, 정규교육과정 외 교육활동 계획 지침(이하 정규외교육활동)은 주로 방과후 수업과 자습에 대한 운영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계획이 왜 필요할까? 입시경쟁으로 학교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쉽다. 아침 7시 30분의 0교시 보충수업, 예체능 진학을 하겠다는 증명을 담임에게 보여주어야만 면제해줬던 보충수업, 학부모가 수업료를 내는 수업인데도 선택권도 없었고, 원하는 과목 선택권은 상상도 하지 못하던 그야말로 '무식한' 시절이였다. 강제 야자도 운영되었다. 7시 30분부터 22시까지. 그리고 토요일과 방학까지도 쉼이라고는 없이 청소년들을 입시라는 도구로 학대하던 시절이었다. 힘듦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래선 대학 못가지! 넌 물 흐리지 말고 전학이나 가"라는 말로 입시지옥을 선사했다. 학생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수능점수를 목표로 학대에 가까운 제도에 굴복하게 되었다.
정규외 지침이 생기면서 0교시가 금지되었고, 보충수업과 야자에 학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되었다.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제도화하여, 온라인으로 내가 원하는 과목만 방과후 수업을 신청할 수 있으며, 선택권을 침해했을 경우(패키지로 과목묶기 등)에 교육청에 신고하도록 안내가 된다. 고1,고2에게는 토,일,공휴일 자습을 금지시켜 휴일에는 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보장했다. 또한 공부잘하는 학생들만 특별히 다른 공간에 모아 운영하는 차별적 야자운영을 금지시켰다. 매주 수요일에는 광주교육공동체의 날을 운영하여 진로체험활동, 봉사활동, 자율동아리 등의 비교과활동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마련하였다. 교사들은 이 날 전문적학습공동체라는 교과연구활동을 하고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청이 이 중요한 내용 전체를 통으로 삭제해버린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 이 모든 것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알아서(눈치껏) 하라고 한다. 그런데 정규외지침은 교사와 학생의 삶 모두에 영향을 미치므로 일방적으로 교육청이 변경할 수 없도록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으로 협의하도록 명시된 지침이다. 시교육청은 협의를 하기 싫으니 이걸 아예 없애버리면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역사의 흐름속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깨어있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과거의 입시지옥을 벗어나는 길에는 교사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해 왔다. 고통스런 고등학교 입시지옥을 겪은 지금의 학부모들과 시민들이 내 아이에게 똑같은 고통을 준다면 '공부 많이 시킨다'며 환영할거라고 착각했을까? 내 아이가 공부 때문에 비인간적인 제도로 고통받기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며 행복을 찾고,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며 깨달음의 즐거움을 스스로 얻기를 바라는게 시민의 마음이다. 이를 세월과 역사가 증명해왔음을, 그리고 또 다시 증명할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박새별 광주과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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