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요란한 봄이다. 일주일에 3~4일은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오른 기온에 여기저기 꽃들이 앞다퉈 피어나고 있다. 특히 벚꽃은 100년 만에 가장 일찍 피어났다고 하고, 개나리며 진달래, 배꽃, 복숭아꽃이 마치 동시상영하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심지어 철쭉도 이미 등판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이 봄이 요란한 것은 동시상영 개화 때문만은 아니다. 주택가, 도로변 곳곳 선거 운동원들의 구호와 선거송들이 조용했던 일상을 흔들고 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맞아 각 정당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지난 4일, 5일 진행된 사전 투표는 31.28% 투표율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렇게 2024년의 봄은 뜨겁고 치열한데, 대한민국 교사들의 마음은 무겁고 답답하다. 선거 때만 되면 교사는 온전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교사는 정당 가입은 고사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 단 천 원의 후원금도 낼 수 없으며, 선거 관련 SNS에 '좋아요'도 누를 수 없다.
각자도생, 경쟁과 갈등, 파편화된 사회적 관계, 가르침과 배움, 삶이 일치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교사 자신을 위해 교사는 그 어떤 목소리도 정당하게 외칠 수 없다.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취지는 '권력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교사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일 터인데 교육공무원법,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각종 법률에서는 교원과 공무원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만 18세부터, 정당 가입은 만 16세부터 가능한 학생들'을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교사들'이 가르쳐야 한다는 웃지 못할 엇박자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들이 당연히 여겨지는 사회에 필자가 던지는 의견이 이해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다른 나라 사례에 눈을 돌려 보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만큼 엄격하게 정치적 기본권을 교사들에게 적용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정치적 의견에 대한 SNS에 '좋아요'를 눌렀다고 처벌받는 나라는 없으며, 근무 시간 외 교사들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모든 회원국이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흐름에 그동안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한국노총중앙연구원 박현미·김성천·황유진(2023)의 연구에서 학부모 218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OECD 수준으로 유·초·중등 교원의 정치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87.5%가 긍정, 12.5%가 부정 답변을 했다고 한다.
교사들에게 가해지는 엄격한 '중립성'과 '정치 참여 제한'은 비단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격 박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는 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살아있는 배움의 현장이다.
각 정당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을 학생들이 평가하거나 제안하며 정치의 효능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치적 리터러시를 가르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이벤트이자 소재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감히 시도할 수조차 없다. 교육기본법과 교육과정 총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민주시민 양성'은 교실에서 일방적인 전달에 머무르며, 삶으로의 연결이 끊어진 교실에서 공허하게 맴돌다 사라질 뿐이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 중에 '입틀막'이 있다. '입을 틀어 막는다'는 줄임말로 입을 틀어막을 정도의 슬픈 일이나 감동적인 상황에 쓰이던 유행어였지만, 현재는 모든 언론을 틀어막는 상황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60년 넘게 교사들에게 씌워진 '입틀막'을 걷어내고, 교사에게도 정치적 기본권을 허용해야 한다. 교사도 시민이다. 김지선 (신광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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