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에 멋부리기를 좋아하는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나랏일은 돌보지 않고 늘 새 옷만 찾았답니다. 어느 날 임금님 앞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옷을 만들 줄 안다고 주장하는 두 사기꾼이 나타납니다. 임금님은 기뻐하며,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당장 옷을 만들라고 명령을 합니다. 며칠 후, 새 옷이 몹시 궁금해진 임금님은, 가장 똑똑한 신하를 보내 옷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오도록 합니다.
두 사기꾼은 똑똑한 신하에게 그동안 만든 옷을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똑똑한 신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깜짝 놀라죠. 하지만 자기가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옷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돌아옵니다. 백성들에게도 신기한 옷 이야기는 금세 퍼졌습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은 '내 눈에는 그 옷이 보일 거야. 설마 내가 바보겠어?'라고 생각을 합니다.
드디어 임금님의 옷이 완성되는 날, 두 사기꾼은 임금님 앞으로 옷을 들고 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임금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왜 안보이지? 내가 바보란 말인가?' 잠시 생각에 빠졌던 임금님은 활짝 웃으며 "참으로 아름답도다. 대단한 솜씨야!"하고 말합니다. 주위에 있던 신하들도 앞다투어 칭찬을 합니다.
그리고는 (발거벗은)임금님은 백성들에게 새 옷을 자랑하기 위해 거리 행진에 나섰답니다. 그때 한 꼬마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소리칩니다.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후로 임금님은 멋부리기를 그만두고,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입니다. 그런데 19세기에 만들어진 이 동화가 낯설지 않다고요?
21세기의 윤석열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2023년에 유보통합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2025년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시작점으로 2023년에, 현장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켰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 없이, 유보통합의 구체적인 모델은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며, 유보통합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보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 유아교육법과 영유아교육법을 일원화해야 합니다. 둘째,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을 일원화해야 합니다. 셋째, 유보통합에 필요한 15조 이상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유보통합에 필요한 과제가 하나하나 해결되고 있는 것이 보이시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유보통합팀을 구성하고, 전문직 충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아나이스는 2020년 유아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구축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응용 소트프웨어를 개발하고, 시범사업을 거쳐, 2023년 하반기에 본격 시행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2024년 3월, 유아나이스와 유아학비가 연동이 안되어, 전국 공립유치원의 업무가 마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립유치원에도 많은 돈을 들여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하고도,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이 서로 연동이 안되는 반쪽짜리 사업을 완성하였습니다.
아주 잘 만들어졌고, 외국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를 하는 정책이나 사업도 현장에 적용해 보지 않으면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이나 모델없이 입으로만 떠드는 정책을 어떻게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21세기형 벌거벗은 임금님과 사기꾼들이 여기저기 출몰한 것일까요?
지금이라도 유보통합의 시기를 늦춰서 대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장교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김지혜 공립단설 지한유치원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