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육의 본질로' 올해 광주시교육청의 슬로건이다. 참으로 반가운 말이다. 교육청이 나서서 길 잃은 교육의 본질을 찾겠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현 교육감이 취임하고 난 후 '한 사람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야심찬 비전과 함께 '다양성', '포용', '혁신', '미래' 등 정말 많고 다양한 슬로건이 제시되었다.
모두 우리가 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인 것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의미있는 키워드들이 '실력'이라는 키워드로 귀결되면서 단순한 수사로서만 활용되고 있는 듯 하다. 이미 광주교육계에서는 교육청이 대놓고 '실력'만 말하기는 뭐하고, 그렇다고 선거과정에서 '실력광주' 향수를 자극하면서 쏠쏠하게 활용했던 터라 '실력'이라는 말은 사용하고 싶고, 그러다보니 해석도 안되고 이해도 어려운 슬로건들이 무차별적으로 만들어내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이번 '다시, 교육의 본질로'는 어떨까? 일단, 조금 생뚱맞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교육의 본질이 뭔데?',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등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된 적도 없는 갑툭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세상의 좋은 말은 일단 갖다 쓰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매번 그렇듯이 '그래도 뭐가 있겠지?' 하는 작은 기대감을 갖게하는 것은 나의 어리석음일지 모르겠다.
'교육의 본질'처럼 어려운 화두가 있을까 싶다. '본질'이라는 용어는 '실존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의 본질'은 교육이 실존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실존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지 못하면 교육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같은 교육자들은 끊임없이 교육의 실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시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책무성도 갖고 있어야 한다.
다행이도 오랜 기간 인류는 교육의 실존에 대해 인정하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학교'라는 형태의 지금의 근대적 교육기관을 탄생시켰고 학교는 교육의 실존을 증명해야 하는 역할을 갖게 되었다. 교육청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찾겠다고 하는 것은 협소한 의미로 '학교 교육의 본질'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의 본질'은 결국 우리 모두가 보편적으로 합의한 '교육'을 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교육의 본질'을 외치는 교육청의 역할은 학교가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고 녹록치 않지만 방향은 정확히 갖고 가야한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교육의 본질 추구는 학교로서는 재앙과 같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교육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의 수업시수, 갈수록 줄어드는 교원정원, 열악한 학습환경 등 가장 기본적인 내적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교육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물론 그럼에도 학교와 교사는 교육의 실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은 계속 진행형이다. 여건이 좋든 좋지 않든 교육은 멈출 수 없는 현실에서 교육당국은 무엇이 '교육의 본질'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향해 다양한 예산, 인사, 정책 등을 펼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교육계에서도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단발적이고 정치적인 정책들만 남발되고 여전히 학벌주의와 입시교육의 늪에 빠진 우리 교육의 총체적인 위기속에서 교육청의 '다시, 교육의 본질로' 슬로건은 반가웠다.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방향성이 보이지 않아 적잖이 염려되지만, 결국 '실력'으로 귀결되거나 거창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길 바라며 교육청의 교육본질 찾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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