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날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속보로 날아든 것은 2024년 10월 10일 밤이었다. 작가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이 지인을 통해 들은 수상 소식을 처음에는 가짜 뉴스로 여긴 것처럼 필자를 포함하여 속보를 접한 사람 대부분은 '이게 진짜인가?'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듯싶다. 이내 확신으로 변한 소식은 감탄과 탄성으로 빠르게 주변을 물들였다. 노벨 문학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은 세계가 인정해 준 한국문학의 위상과 광주의 자긍심으로 함께 펄럭였고, 작가 한강의 책을 구하려는 발길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필자가 속보를 접하고 30분도 되지 않아 주문했던 작가의 책은 4일 만에 도착했는데, 그 책의 작가 프로필에 노벨상 수상 경력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고 솔직히 놀라웠다. 수상 속보만큼 빠르게 기쁨과 뿌듯함이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작가 한강이 수상과 관련하여 잔치를 하지 않은 이유가 지구 다른 편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작가가 5·18과 관련한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의 소감과 시적 감수성 가득한 세밀한 문장 곳곳에서 작가의 고뇌와 지향하는 세상에 공감할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2024년에 '다시 책으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독서교육 내실화 사업을 힘차게 추진하면서 책 읽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제2의 한강을 바라는 기대감 못지않게 SNS, AI 등 디지털 정보 가득한 우리 일상에서 고통받는 삶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성찰, 단편적인 지식 습득이 아닌 깊이 있는 삶에 대한 통찰,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한 삶의 지혜 습득, 창의적인 미래 사회를 위한 대비 등 다양한 이유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폭넓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고 다양하지만 작가 한강의 작품을 읽으면서 책 읽기는 나 자신의 본성 엿보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수많은 나를 접한다. 내용에 몰두하다가도 너무나 쉽게 다른 소리나 영상으로 이탈하는 나, 읽은 내용이 그려지지 않는데도 그냥 쪽수를 넘기는 나, 자신의 책 읽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음을 의식하는 나, 그러면서도 끝까지 읽어내기 위해 참고 애쓰는 나. 수많은 색깔의 나를 엿보다 보면 읽고 난 후 자연스럽게 자신의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민낯과의 잦은 만남은 일상으로의 복귀 후 그 전과 다른 나를 만들곤 한다.
지식 축적과 경험 확대라는 독서의 보편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반성 없이 표출되고 고착화된 욕망이나 폭력적인 습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을 비추는 책 거울을 통해서 날마다 조금씩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또 책을 다 함께 읽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어두운 시대에 저항하고 그로 인한 아픔으로 가득했던 광주는 이제는 손에 책 한 권씩 들고 공감과 치유의 대화를 시작할 때다.
광주의 학생, 교직원, 학부모, 시민들이 책 한 권 들고 서로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은 모임을 시작했으면 싶다. 내 주변의 책 벗들과 함께해야 할 2024년 빛나는 가을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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