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수업 시간마다 화장실 가는 아이와 피자도우 반죽

@김동혁 용두중 교사 입력 2024.11.26. 17:42
김동혁 광주 용두중 교사

아이가 수업시간 화장실을 보내달라고 한다. 상습적이다. 매 시간마다 화장실을 보내달라고 한다. 반복되자 개별적으로 수업시간을 고려해서 화장실 이용을 조절하지 못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내성적이고 부끄러워 말하기 힘든 것일 수 있고, 귀찮은 것일 수도 있고, 수업 듣기 싫어서 일 수도 있다.

시간을 살펴보았다. 매년 늘어나는 수업 시수 때문에 그리고 빡빡한 수업 진도, 쌓이는 공문들을 고려해볼 때 이 학생 한 명에게 상담으로 투여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다음에는 보내주기 어렵다는 경고성 멘트 날리고 보내주었다. 입맛이 쓰다.

화장실로 가는 아이의 뒷통수를 보며 피자 반죽하기가 떠오른다.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반죽을 고르게편다. 반죽한 피자도우가 과하게 뭉치거나 너무 얇지 않도록 고르고 균형 있는 두께로 잘 펴져야 한다. 오븐에 구울 때 과하게 뭉친 쪽은 설익고, 얇은 쪽은 까맣게 타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교육부는 출생률감소로 학생이 준다고 이야기 한다. 학생이 줄어드는 만큼 교사도 줄여야 한다고 한다. 산술적으로는 얼추맞다. 그런데 수도권과 광역시에는 인구가 몰리고, 그 외 지역에는 인구가 절벽이다. 수도권과 광역시에는 과밀학급이 넘치고, 그 외 지역에서는 학생이 없어 학년 통합학급들도 부지기수다. 교육부가 교사 수를 일괄적으로 줄여버리면 광역시 단위 학교들은 과밀학급으로 고통받고, 그 외 지역은 폐교로 마을 자체가 소멸할 위기에 놓여버린다. 피자도우 반죽이야 밀대로 뭉친 곳을 쫙쫙 밀어서 얇은 곳으로 보내면 되지만 사람을 스탈린이 연해주에 살던 분들을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하듯 보낼 수는 없다. 그건 반인권 범죄행위다.

난 피자도우 뭉친 곳쪽에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학생 수는 그대로고 교사 수는 줄어드니 학급이 줄어 10개 학급이 9개 학급이 되고, 한 학급당 숫자는 2~3명씩 더 추가가 된다.

이제 수업 시간 상습적으로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는 친구와 개별적이고 심층적인 맞춤형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더 열악해 지게 될 것이다. 입맛이 쓰다.

교과서 인권 단원 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수업 시간 화장실을 상습적으로 가려는 이유를 관심가지고 더 관찰하고 그와 소통하며 해결해가고 싶지만, 과밀한 학급에 치여 그 에너지와 시간이 1/N되니 의지를 삭감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설익은 상태로 사회에 나가는 것이 보인다.

수업 시간 습관적으로 화장실을 가며 수업을 회피하는 문제를 미처 해결하지 못한 채 그렇게 설익은 채 사회로 나가게 되는 현실을 마주한다. 몇 명이야 무리를 해서 열정페이 쏟아가며 해보면 못할 거야 없겠지만 모래사장에서 주먹으로 모래 한 움큼 쥘 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을 떠올려보라. 교사 개인의 열정페이와 헌신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다. 결국 아등바등하던 교사도 소진되어 쓰러지거나 떠나거나 열정이 식은 껍데기,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오토마타가 될 뿐이다.

피자도우 반죽을 반듯하게 펴듯 지역 간 인구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반인권적인 강제 이주가 아닌 인구가 작은 지역의 조건을 개선해서 대도시와 중앙에 뭉친 인구가 인구절벽 위기에 놓인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은 집요하게 끈기있게 장기적으로 세밀하게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그리고그 전까지는 감소하는 학생 수에 맞춰 교사 수를 줄이기보다 정부 예산과 비용 측면에서 다소 비효율적인 부분을 감내하더라도 과밀학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사 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그들의 몸과 마음의 성장이 설익은 채 사회에 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아이들을 위해 다소 과소비를 하는 결단을 내릴수 없을까? 화장실 다녀온 아이에게 진심으로 네가 수업시간마다 화장실 가는 것이 걱정되고, 그 걱정의 마음외에 다른 어떤 것도 없음을 전했다. 네 행동을 고치던 고치지 않던 상관없이 그저 너를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은 기억해달라고 했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