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주 포용도시 이끈 홍진태 국제교류센터 이사장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2.10.30. 16:05
전임 이사장인 데이비드 쉐퍼 교수로부터 이사장 직을 이임 받고 있는 홍진태 이사장(오른쪽).

■ 신경구의 포용도시

필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광주국제교류센터의 소장을 맡으면서 지난 23년 동안 많은 외국인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광주가 외국인들이 살기에 매우 편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광주가 이렇게 포용도시로 성장하는 데에 기여한 이들은 수없이 많이 있는데 교류센터에서 찾아본다면 전임 이사장인 이근우 변호사와 데이비드 쉐퍼 교수, 2020년 작고한 문권성 이사 등이 그런 분들이다. 여기에는 지난 26일 작고한 홍진태 국제교류센터 이사장을 빼 놓을 수 없다.

1999년 광주광역시 제안으로 사단법인 광주국제교류센터를 만들었고, 영어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영문과 교수인 필자가 억지로 소장을 맡았다. 학교 안의 보직처럼 2년 쯤 기다리면 다른 사람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나 큰 착오였다. 교류센터에는 수당은 물론 없고, 직원의 급여도 운영비 적자도 책임지는 사람도 기관도 없는데 영어까지 해야 한다고 하니 이를 책임질 사람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학교 일도 바쁜데 소장까지 하기에 너무 힘들어서 2000년대 중반 어느날 당시 필자보다 10년 연하이면서 시청의 최연소 국장이었던 홍진태 경제통상국장 면담을 신청했다. 홍 국장은 건방진 듯 한 특유의 모습으로 앉아서 민원인을 대하듯이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필자는 시비 걸 듯이 세가지 질문을 했다. 먼저 담당 국장의 무관심에 대한 항의성으로 '국제교류센터가 뭐 하는 곳인지 알고는 있는가?', 또 예산 지원 부탁하러 온 것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 '내가 왜 방문했나?', 마지막으로 자원활동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내가 왜 국제교류센터 소장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라고 질문했다.

홍 국장이 대답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만 보기에 필자는 말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광주가 전국에서 모범적인 친외국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고 2002년 613 지방선거 이후로는 지역차별 극복 차원에서 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본업 업무 외에 추가로 봉사하는 일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시청이 제안해서 센터를 만들어 놓았으나 직원 급여는 커녕 적자를 책임지지도 않았다. 당신이 시청의 담당 국장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따지듯이 말을 마무리했다. 필자가 말을 마치자 홍 국장은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담당 국장으로 교류센터 일을 잘 모르고 협력하지 못 한 데에 정중히 사과한다. 앞으로는 담당 직원들과 함께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약속했다.

기분 좋게 면담을 끝내고 다음 해에는 시청의 변화를 기대했는데 홍 국장은 얼마 뒤에 교육을 떠나 버려 나는 외롭게 교류센터의 적자를 감당하면서 일을 계속했다. 2008년 1월 초에 홍진태 국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번 약속을 지키지 못 해 미안하다. 이 전화는 1년 파견 교육을 끝내고 돌아와서 걸기 시작한 첫 번째 전화이다. 부서가 바뀌게 되어 직접 돕지는 못 하겠지만, 교류센터의 이사로 받아 주면 회비도 도움을 주겠다."

이사로 영입된 홍진태 국장은 이사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출석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센터 홍보와 회원 모집에도 열심이었다. 900여명 센터 회원 가운데 광주시 공무원이 60명 가까이 되는 데에는 홍 국장의 기여가 컸다. 2013년 센터가 사무실을 전일빌딩에서 현재의 자리로 옮길 때에는 담당 국장으로서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따로 상당한 금액의 후원회비를 내기도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젊은 홍진태는 광주공고 졸업 후 염색공장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기도 했고 2005년 경제통상국장 시절에는 당시 노희용 정보담당관과 함께 광주시에서 '가장 존경하는 상사'로 선발되기도 하는 등 모범 공무원이기도 했다.

홍진태 국장은 2014년 명예퇴직을 한 이후로도 센터 일에 열심이었고 2020년 이사장에 취임하면서는 광주가 포용도시로 발전하는 데에 센터가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일을 필생의 사업으로 알고 노력했다. 자주 떡상자를 사무실에 보내서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하고 23년 일한 나보다도 더 일목요연하게 교류센터의 성격과 업무, 또 미래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친지들을 회원으로 끌어 들였다. 패기와 창의성이 넘치는 홍진태 이사장은 공직자로서 자신의 직책 수행에서뿐 아니라 시민사회 참여의 모범을 보였다. 더 많은 시민들이 홍진태 이사장의 모범을 따라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해서 살기좋은 포용도시 광주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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