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부쳐<중>알고 있을까?

@황광우 작가 입력 2022.11.01. 18:27

광주를 '의향'이라 부르는 까닭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에 있다.

나는 오월의 시민군들이, 그 날 총에 맞고 쓰러진 시민군들이, 이후의 삶을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던가 이번에야 알게 됐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시민군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참 부끄러웠다. 젊은 시절 '민중'을 위해 살았다고 자부하였는데, 정작 가까이에서 사는 오월의 희생자들을 나는 모르고 살았다. 오늘 광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과 시장은 오월의 희생자들이 겪고 있는 외롭고 가난한 노후에 대해 알기나 할까?

광주를 '의향'이라 부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1929년 이곳 광주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주정신'에 대해 말을 많이 했으나, 한 가지도 실행에 옮긴 것이 없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해 말을 많이 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독립유공자 300여 명이 서훈을 받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국정감사를 하지만, 국가보훈처장을 불러놓고 "광주학생독립운동 독립유공자 중 서훈을 받지 못한 분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며 삿대질하는 국회의원 한 명이 없다. 광주의 아픔을 대변해 주리라 기대했던 의원들이 광주학생독립운동 독립유공자의 실상에 대해 알기나 하는 것일까?

이기홍 선생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가하여 퇴학을 당하고, 고향 고금도에 내려가 농촌운동을 하다가 4년의 옥고를 치른 분이 있다.

이기홍 선생이다. 선생은 이승만 정부 아래에서 3년의 옥살이를 하였고, 4·19혁명 때에는 유치장에 갇혔으며, 박정희 밑에서 또 6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1970년대 김남주 시인이 주도한 '함성'지 사건과 이강 선생이 이끈 '함평고구마투쟁' 등 광주 청년들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역할을 하였으니 이기홍 선생은 광주의 역사를 받쳐온 광주 역사의 들보이다.

그런데 국가보훈처는 이기홍 선생에게 서훈을 주지 않고 있다.

광주의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는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늘의 광주 정치를 맡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 젊은 시절 학생운동을 이끌던 분들인데, 이기홍 선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것이지, 만일 이기홍 선생을 알고 있다면 독립과 민주의 선구자 이기홍 선생에 대해 차마 침묵하고 있지 않을 분들이라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가 이기홍 선생에게 서훈을 거부한 이유는 '대화숙'이라는 친일단체에 가입하였기 때문이란다.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다.

고문에 의한 자백은 증거 능력이 없는 진술이다. 일본 관헌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외견상의 친일행위는 친일이라 규정하지 않는다. 이것은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총독부 권력에 강제동원되어 어쩔 수 없이 참가한 학도병이나 성 착취당한 여성에 대해서 친일이라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화숙'도 마찬가지다.

'대화숙'이라는 게 독립운동의 전력이 있는 분들을 잡아다 놓고 사상의 전향을 강요하던 기관이었다.

독립운동가들에게 사상의 전향을 강요한 '대화숙'의 지도적 인사는 명백히 친일분자이다. 하지만 일본 관헌에게 붙들려 '대화숙'에 끌려가 사상의 전향을 강요당한 독립투사들은 친일행위자로 간주할 수 없다.

이기홍 선생이 범한 잘못이 있었다면, 전시 체제 하에서 살아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감옥에서 나와 만주나 중국으로 망명을 하지 않고 광주에서 산 죄밖에 없다.

정작 민족을 배신한 친일행위자들은 일본군에서 장교를 지낸 자들, 박정희와 백선엽 같은 자들이다.

이들은 이후 대한민국 군대의 별이 되었고, 지금은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국가보훈처가 친일 행각이라는 잣대로 머리통을 내리쳐야 할 자들은 누구일까? 평생을 나라의 독립과 민주를 위해 헌신한 이기홍 선생을 친일분자라고 규정하다니 애가 타고 속이 끓는다. 광주가 부끄럽다.

광주에 살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황광우 작가 ㈔인문연구원 동고송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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