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2021년부터 '살롱 드 소노르'라는 클래식 음악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는 회원들과 함께 지난 15일 조성진 리사이틀을 관람했다.
5월 초 우리 동호회 회원들은 광주예술의전당 조성진 리사이틀의 티켓팅에 성공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컴퓨터와 핸드폰을 붙잡고 있다가, 시도 끝에 몇몇 회원들만 티켓팅에 성공했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조성진'이라는 명성에 티켓팅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많아 티켓팅은 전쟁을 방불케했다.
지난 15일 찾은 광주예술의전당은 낯설었다. 광주예술의전당에 수없이 왕래해 보았지만 이토록 많은 인파가 몰린 광경은 처음이었다. 광주 음악도들과 클래식 애호가, 그리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로비를 가득 메웠고 포토존과 티켓부스 앞은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줄이 길었다.
공연 프로그램은 1부 라벨의 작품 다수, 2부 리스트 순례의 해 제2권 '이탈리아'로 구성됐다. 기교, 음악적 표현 그리고 서사 중 무엇 하나 쉬운 구석이 없는 난곡들이다. 연주자와 함께 에너지를 쏟으며 몰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착석했다. 평소 조성진이 연주하는 인상주의 작품은 찰떡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라벨의 작품을 연주할 조성진을 직접 볼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로테스크한 세레나데'는 제목의 부조화처럼 뾰족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의 연주로 연약한 정서를 가진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이 떠올랐다. '고풍스러운 미뉴에트'은 라벨의 분명한 색감과 형태가 잘 느껴졌고 우아한 이중창의 선율이 기억에 남는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는 화려한 무도회가 떠올랐으며 마지막 베이스 음들은 조성진의 손이 공기 속 음악까지 컨트롤하는 듯 느껴졌고 섬세한 울림이 넓은 공간에 가득 찼다.
1부의 마지막 곡 '밤의 가스파르'는 백미였다. 라벨이 연주하기 어려운 피아노곡으로 작정하고 작곡한 의도를 '이렇게 어려운 곡을 내가 작정하고 연주해 주지'라고 답하는 듯한 고도의 테크닉이 돋보였던 연주였다. 2부 리스트 순례의 해 제2권 '이탈리아' 제 1곡 '혼례'에서는 반복되는 멜로디에 코 끝 시큰한 뭉클함을, 마지막 7곡 '단테를 읽고'에선 '신곡'의 문학적인 영감이 드라마틱하게 음악적으로 승화된 스토리를 표현한 듯했다.
앙코르로는 감상자들에게 쉼을 주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두 곡을 들려주었다. 해학적인 연주로 감정이나 생각이 복잡해지려던 찰나, 조성진이 '자신은 다크유머·코미디를 좋아한다'고 말한 인터뷰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웅대했던 이 공연을 조성진이 익살스러운 유머로 마무리하는 느낌의 앙코르였다.
최원영 살롱 드 소노르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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