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세계인권도시포럼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4.10.13. 15:56
■신경구의 포용도시

지난 10월10일 아침 필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오스트리아에서 온 세계인권도시포럼 참석자들과 함께 광주 인권투어를 진행했다. 필자는 광주 항쟁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배경으로 다섯가지를 들었다. 1)항쟁의 공동체 정신과 최후까지의 저항이 만든 지속적인 영감, 2)항쟁 직후부터 젊은 학생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벌린 전국적인 운동, 3)개신교, 카톨릭, 국제사면위원회와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간섭, 4)영상을 활용한 외신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 5)1993년 광주시민사회가 합의한 '광주문제 해결을 위한 5원칙 (진상조사, 가해자 처벌, 명예회복, 보상, 기념사업).

이 투어에 참여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참석자들은 자기들이 겪어온 민주화의 과정과 한국의 민주화 과정의 차이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들 두 나라에서는 인권유린에 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을 못 했고, 결과적으로 한국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마르코스의 정적인 아키노가 백주에 암살되었고, 177명의 기자들이 살해 되는 등 셀 수 없는 국가 폭력이 이뤄졌지만,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즉 국가폭력의 주범들에 대한 공식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2022년에는 마르코스 아들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65년에 100만명 이상이 학살되었고, 1998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는 최소 1200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살해되었다. 형식적인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일부 하급 장교만 처벌이 되었을 뿐이었고, 실질적인 책임자인 고급 간부들은 아무런 문책을 받지 않았다. 결국 2024년에는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로 지목받는 국방부 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한국에서도 1995년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국가폭력의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김영삼 정부도 이에 미온적이었다. 이에 광주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운동을 전개했고, 국회는 5·18 특별법을 제정해야 했다. "5.18 문제 해결 5대 원칙"이라는 분명한 명분으로 무장한 시민들의 운동은 쿠데타 지도부를 범죄 집단으로 단죄하게 했고, 5.18 국립묘지와 같은 국가 사업을 통해 5.18을 역사적인 민주화운동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학살을 자행한 군부에 대한 면죄부가 통했다면, 우리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와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1995년 이후에 우리가 만든 민주주의 발전은 물론 경제발전과 한류의 폭발적인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난 10월10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제14회 세계인권도시포럼도 없었을 것이다. 예산이 줄어서 행사 규모를 줄였지만, 예년처럼 공동주최 기구인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유네스코본부, 공동주관 기구인 세계도시연합 인권위원회, 라울발렌베리연구소의 관계자들이 직접 광주에 와서 행사를 함께 이끌어 갔다. 코로나 전에는 외국인 참가자가 230명까지 와서 행사가 이름 그대로 세계적이 되었다. 코로나 충격 이후 행사가 어려워 지기도 했지만, 세계인권도시포럼은 유럽외 지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또 가장 오래 된 인권 관련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또 이 포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권 관련 행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권 운동가와 관련 학자들 중에는 세계인권도시포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해마다 진행되는 인권논문 발표회에에는 유럽과 미주는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발표를 지원하기도 한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광주항쟁의 기억이 작가의 내면에 깊이 녹아 있었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강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에서처럼 계속해서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행사가 된 것은 피로 만든 역사적인 전통과 이를 통한 미래창조의 경험을 세계인과 공유하는 마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행사는 계속해서 5.18민주화운동의 감동을 세계인들과 함께 하는 마당으로 외연을 넓혀갈 것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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